인기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서 진행한 엊그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는 한 편의 코미디였다. 하니 씨는 소속 기획사(어도어)의 모회사 격인 하이브의 매니저에게 ‘직장내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 달 전부터 주장해 왔다. 일부 열성 팬이 국민신문고에 진정하고 조직적으로 국회를 압박한 끝에 ‘아이돌 국감 출석’이라는 초유의 일이 현실이 됐다.
하니 씨의 말이 맞는다면 있어선 안 될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국정감사에서 다뤄야 하는 일인지부터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세금 한 푼 안 들어간 민간기업 내부의 일을 나랏일(국정)로 보기는 어렵다. ‘근로자 인권 문제’라지만 기업이 자체 진상을 파악한 뒤 인사 조치를 하고 필요하다면 고발 등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게 정석이다.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연예인을 근로자로 보기 힘든 만큼 환노위 소관 여부도 분명치 않다.
더구나 사실관계를 둘러싸고 진실게임이 진행 중이다. 후배 걸그룹 아일릿의 담당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말했다는 게 하니 씨의 호소다. 하지만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은 ‘뉴진스 측과 함께 CCTV를 확인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며 가해를 부인했다. 오히려 아일릿 멤버들이 하니에게 90도로 인사하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하니 측이 너무 과잉 방어한다는 안타까움도 든다. 그는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아주더라’며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저격했다. 사실이라고 해도,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손잡고 방 의장을 적대시한 당사자가 냉랭한 반응만을 문제 삼는 건 민망한 일이다. ‘왕따 주장’의 사실관계가 확인되더라도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아일릿 매니저는 다른 계열사 소속인 만큼 직장내 따돌림으로 보는 게 마땅한지 따져볼 대목이다. 냉정하게 보면 신생 그룹 아일릿에 뉴진스는 경쟁자다. 아이돌 간 불협화음은 무시나 인권 침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견제와 경쟁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국회는 일방적으로 가해자를 지목하고 “근로자의 인권을 방치한 막장 드라마”라고 질책했다.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인기 아이돌이라고 그 주장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정작 억울한 사람은 하니 씨보다 약자인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 매니저일 수도 있다. 한 야당 의원은 국감장에 없는 K팝 산업의 리더 방 의장을 향해 “지금 (해외에 나가) 히히덕거릴 때인가”라고 독설을 날렸다. 정의의 수호자이자 약자의 파수꾼인 것처럼 거들먹거리지만 국회 품격을 추락시키는 저질 언행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