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금리인하기 부동산 투자 확대"…KIC "AI 데이터센터 유망"

입력 2024-10-16 18:16
수정 2024-10-17 02:37

국민연금공단과 한국투자공사(KIC) 등 한국의 대표 연기금 수장들이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고금리 기조가 끝난 시기에 맞춰 대체 투자 비중을 대폭 늘리겠다고 예고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광풍의 수혜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 등 유망 자산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금리 인하 맞춰 부동산 투자 확대”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24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오는 11월 총 6000억원 규모로 두 개 부동산 대출 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펀드 출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처음이다. 김 이사장은 “바이오 기업 연구시설과 오피스를 포함한 라이프사이언스, 헬스케어 자산 등으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까지 고금리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신규 투자보단 기존 투자 물건의 회수에 방점을 찍어왔다. 해외 대규모 부동산 딜에 참여하는 사례는 사라졌고 국내에선 골든타워, 씨티뱅크센터를 차례로 매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자 대출형 펀드와 코어 플랫폼 펀드에 총 1조3500억원을 집행하기로 하는 등 투자 확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펀드도 재개해 서울 광화문 인근에 있는 더익스체인지 서울에 2500억원을 투자했다.

김 이사장은 금리 인하에 맞춰 사모 주식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올해 상반기 사모대출, 세컨더리(운용사가 투자한 기업과 물건 등을 다른 운용사가 매입하는 전략), 운용사 지분 투자에 3조원 이상 투입했다”며 “앞으로 장기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롱텀코어, 고성장 섹터 내 투자 기회를 찾는 그로스 캐피털(성장 기업 투자), 헤지펀드 투자 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레지덴셜·물류 관심” 지난달 부임한 이후 이날 공식 석상에 처음 나선 박일영 KIC 사장은 금리 인하 환경에 맞춰 수요가 커지는 섹터를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AI 분야 성장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 각광받는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이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는 해외 레지덴셜(주거형 상품)과 물류센터도 투자 대상으로 지목했다.

박 사장은 “세계적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자 부동산 시장이 투자 사이클상 바닥을 지났다는 인식이 퍼졌고 섹터 전반에서 시장 회복 기대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레지덴셜, 물류 등 중장기적으로 수요 확대가 전망되는 섹터에서 우수 투자 기회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민간 CIO도 “자산 재조정”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민간 연기금·공제회·보험사 수장과 최고투자책임자(CIO)들도 금리 인하에 맞춰 자산 구성을 손볼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금리 시기에 집중한 사모대출은 금리 인하에 따라 기대수익률이 떨어져 비중을 줄이고, 메자닌과 크레디트 자산 등 대체 자산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한웅 현대해상화재 대체투자1팀장은 “금리 인상기가 끝나가자 사모대출 분야에서 뒤늦게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투자 건도 보이기 시작했다”며 “언제든 위험 수준이 변동될 수 있어 실사를 면밀하게 하고 운용사 대응 능력도 신경 써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기에 유망하던 선순위 사모대출 펀드는 상대적으로 유지하거나 축소하고 메자닌 펀드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배홍균 군인공제회 팀장은 “구조조정 등 특수한 상황에 놓인 기업에 투자하는 스페셜시추에이션(SS)에 전략적으로 출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병화/차준호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