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스웨덴 '무탄소 철강 표준경쟁' 치열

입력 2024-10-16 17:33
수정 2024-10-17 01:38
철강을 제조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려는 스웨덴의 야심은 글로벌 철강업계의 주목 대상이다. 여러 철강사가 통합, 1978년 설립된 스웨덴 최대 국영 철강사인 SSAB는 국영 전력기업 바텐폴, 철광석 기업 LKAB와 손잡고 2016년 하이브리트라는 합작사를 세웠다. 수소환원제철공법(MIDREX)의 완성을 위해서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H2)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글로벌 철강사들은 ‘표준’을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SAB, 스테그라 등 스웨덴 철강사들이 상용화 시기에선 가장 앞서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국내에서도 올 1월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됐다. 포스코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지원을 받아 ‘하이렉스’라는 독자 공법을 개발 중이다. 스웨덴이 10~16㎜ 크기의 고품위 펠릿을 원료로 쓰는 데 비해 포스코는 분말에 가까운 0~8㎜의 호주산 철광석 분광을 사용한다. 싼 원료로 고품질의 무탄소 철강을 만들 수 있다면 스웨덴과 비교해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포스코의 전략이다.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한 수소와 접촉시켜 고체 철(직접환원철이라 불리는 이 철을 전기로에서 녹여 최종 제품을 생산한다)을 만드는 환원로 방식에서도 스웨덴과 한국이 글로벌 표준 경쟁을 벌이고 있다. SSAB 등은 펠릿을 1기의 수직 샤프트 환원로에 넣고 마치 찌듯이 밑에서 올라오는 고온의 수소를 접촉시켜 고체 철을 만든다. 이에 비해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파이넥스 공법을 수소환원철 제조에도 적용했다.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수소가 콜라 속 기포처럼 고루 섞이도록 4기의 유동환원로를 활용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스웨덴 방식은 자동차 강판 등 고품위 철강 제품을 무탄소로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이에 비해 포스코는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톡홀름=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