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브랜드가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쇼핑 행사에서 판매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세계 뷰티산업 트렌드가 브랜드에서 성분과 효능 위주로 빠르게 바뀌며 가성비까지 갖춘 K뷰티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베이재팬은 지난 8월 말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연 큐텐재팬 ‘메가와리’ 쇼핑 행사에서 K뷰티 브랜드가 판매 상위 1~10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발표했다. 큐텐재팬은 미국 이베이의 일본 법인이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2018년 큐텐재팬을 이베이에 매각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VT 시카 데일리 수딩 마스크’였다. 일본에선 한국 연예인이 ‘1일 1팩’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한국 마스크팩 판매가 늘고 있는데, 이 제품은 현지에서 ‘K마스크팩’ 대표 상품으로 인식된다. 2위는 더파운더즈의 ‘아누아 가을밤 세트’가, 3위는 비나우의 ‘넘버즈인 백옥 글루타치온 C 미백 완결 세트’(왼쪽)가 차지했다. 더파운더즈와 비나우 모두 지난해 매출이 각각 1000억원대를 넘은 브랜드로, 미백과 잡티 개선 등을 강조하는 기능성 화장품이란 공통점이 있다.
큐텐재팬은 분기에 한 번 ‘큰 세일’을 의미하는 ‘메가와리’ 행사를 진행한다. 한국 브랜드가 돌풍을 일으키며 최근에는 사실상 K뷰티 행사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K뷰티 흥행에 힘입어 2019년 9월 첫 행사 이후 20회 연속 역대 최대 거래액을 경신했다. 국내 뷰티 기업도 메가와리 행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K뷰티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8~9일 아마존이 선보인 ‘프라임 빅 딜 데이’에선 라네즈, 이니스프리, 설화수 등 아모레퍼시픽 제품이 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이들 브랜드 제품을 가장 많이 팔린 화장품으로 꼽았다.
아모레퍼시픽은 5월 아마존에서 뷰티 부문 판매 ‘톱10’에 드는 코스알엑스를 인수한 후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코스알엑스 인수 후 미국에서 기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까지 인지도가 높아지고 판매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피알도 프라임 빅 딜 데이에 참여해 매출 70억원가량을 거뒀다. 이 회사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오른쪽)와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에이피알은 11월 블랙프라이데이 등 향후 미국 쇼핑 행사에서도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방침이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에서 중저가 화장품을 많이 사는 미국 젊은 층 수요를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K뷰티가 충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