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EBS 직원들, 유시춘 협박 무섭다고 자료 제출 거부"

입력 2024-10-16 16:57
수정 2024-10-16 16:58

유시춘 EBS 이사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EBS가 국회의 유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 국회 과학방송기술통신위원회 여당 위원인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유 이사장의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이승희)는 유 이사장이 법인카드를 통해 2018년 10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5년간 230차례에 걸쳐 업무추진비 1960만원 상당을 유용한 것으로 보고 불구속기소 했다. 기소에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유 이사장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하고 업무추진비를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방송통신위원회와 대검찰청에 이첩했었다.

이 가운데 검찰의 기소 전날 국회에서 열린 EBS 국감에서 김장겸 의원은 EBS가 유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을 비롯한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BS 직원들은 '유 이사장의 협박으로 무서워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의원실에서 확보한 녹취록을 재생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EBS 직원은 "조법부(조직법무부)에 물어보니까 조법부에서도 당사자가 이렇게 반대하고, 개인정보법이 그렇게 되니, (자료를) 주면 이사장이 '소송을 하든지 무조건 처벌하겠다'고, '징계하겠다'고, '자기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겠다'고 하는데"라며 "이사장이 '(한번) 줘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니까 못 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어 김 의원은 김유열 EBS 사장을 향해 "개인정보라는 이유만으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없고, 안 준다면 국정감사법 위반인데도 EBS가 계속 묵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사장은 "이사장 당사자께서 개인정보가 상당히 들어가 있는 것에 대해 사실 동의하지 않는다"며 "검찰 수사 때문에 자기방어 차원에서 자료 제출을 동의하지 않고 있는 점이 있어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EBS 감사실에서 실시한 유 이사장 법인카드 사용 내역 감사 결과를 띄우며 질의를 이어갔다. 김 의원은 "감사실에서 유 이사장이 업무추진비 일부를 부당하게 집행했다고 보고 1700여만원의 회수 조치를 확정했는데, 사용 내역을 보면 반찬 식재료 7차례 36만원, 정육점에서 고기 구입 22회 235만원, 연휴에 제주도 같은 관광지에서 '직원 의견 청취' 이런 명목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사장은 "내부 업무추진비 지침과 위배되는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 당시 이 위원장의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한 발언도 끌어왔다. 김 의원은 "우리 위원회에 뇌 전문가 위원장님이 계신다. (유 이사장) 동생이 유시민 장관이다. '60대 이상이 되면 뇌가 썩는다'고 말씀하신 분인데, 우리는 그보다 더한 전문가가 있다. 딱 보면 이게 정상인지 아닌지 뇌 구조가 이상한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종합감사 때 (유 이사장) 나오라고 그러시라"라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그때(이 위원장 청문회 때) 법인카드로 직원들에게 줄 빵 산 걸로 문제가 됐는데, 유 이사장이 이진숙이었다면 동행명령장으로도 안 된다"고 일종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야당 의원들 관심이 법인카드에 얼마나 많았나. (유 이사장은) 법인카드로 반찬 사고 고기 사고 했다"며 "감사 규정에 따르면 처분 확정 후 2개월 이내에 사장님을 비롯해 경영진이 환수 조치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 사장은 "지금 환수 조치를 유예시키고 있다. 감사를 통해 1600만원 상당 부분에 대해서 전적으로 다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했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이의 신청을 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김 사장의 이런 답변과 관련해선 이날 페이스북에 유 이사장의 불구속기소 소식을 전하며 "검찰이 (EBS 감사실이 회수 조치한 1700만원보다 많은) 약 2000만원을 유용했다고 봤으니, 정말 EBS 자체 감사 결과에 이의를 신청하는 것이 옳겠다"며 "기소 결정에도 머뭇거린다면 배임이나 직무 유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썼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