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죽었다"…김종진, 봄여름가을겨울 2집 수선 나선 이유 [종합]

입력 2024-10-16 18:03
수정 2024-10-16 18:04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이 35년의 세월을 지나 2024년 부활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정규 2집 발매 35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1989년 10월 발매됐던 봄여름가을겨울의 2집은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을 시작으로 '어떤이의 꿈', '쓸쓸한 오후', '봄 여름 가을 겨울', '내품에 안기어', '그대, 별이 지는 밤으로',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 '열일곱 그리고 스물넷', '사랑해(오직 그때만)', '못다한 내마음을'까지 총 10곡이 수록된 앨범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운드에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앨범에 연주곡을 3곡이나 실었던 이 앨범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정규 2집을 새롭게 믹스한 앨범을 오는 17일 정오 음원 공개한다. 오리지널 아날로그 멀티 테이프로부터 다시 믹스해 완전히 새로운 사운드의 앨범을 구현해냈다는 설명이다. 김종진이 직접 3달간의 믹스에 참여해 완성했다.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 2집이 나온 지 35년 되는 날이다. 35년 전 10월 셋째 주에 앨범이 나왔다"면서 "지난 4월부터 직접 믹싱에 참여해 3개월간 스튜디오를 거의 통으로 쓰다시피 하면서 믹스했다. 그 당시에 썼던 아날로그 테이프를 가져와 풀어서 완전히 새로 믹스했다"고 말했다.

이어 "믹스의 기준은 과거의 음악을 그대로 쓰되, 수선해서 지금 들어도 그 어떤 음악에도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힙해서 힙스터들이 '좋은 음악이야'라고 추천할 정도로 만들어본다는 거였다"고 부연했다.

그는 "과거의 것을 너무 고집하진 않았다"면서 "믹싱의 기술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 '35년 전 과거 음악을 요즘 기술로 믹스하면 어떻게 들릴까', '요즘에도 충분히 좋게 들릴까?'라는 질문을 갖고 작업했다. 해답은 여러분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날 김종진은 "현대 음악가들에게 죄송합니다만, 난 2000년대 들어서 음악은 죽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음악은 죽고, 제작자는 살아났다. 그런 경향이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해갈 거다. 음악의 본질보다는 그걸 가지고 산업을 만들고, 재미를 추구하는 형태가 앞으로 계속 더해갈 거라 생각한다. 음악은 거기에 부가적인 부싯돌 정도로 사그라지지 않을까"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음악의 근원은 과거에 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다 흘러가 버린 사라진 것들을 복원하고 그 가치를 아는 장인급의 사람들이 혼신을 다해 과거의 것을 재구성해서 들려드리는 음악을 많이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더 좋은 질감으로 새 생명을 얻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이 세대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하기도 했다.

김종진은 "예전엔 남녀노소가 다 똑같은 음악을 들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같은 음악을 듣지 않는 시대가 됐다. 내 딸과 아들도 요즘 무슨 음악을 즐겨듣는지, 그 노랫말이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서 어떤 길로 가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우리 음악을 엄마와 아들이, 그리고 아들과 딸이 같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와 자녀가 같이 들으면서 '우리는 이런 음악을 들었는데 너희도 들을만 하니?', '우린 이런 음악 들었어. 좋지 않냐? 노랫말도 멋지고 연주 편곡도, 사운드도 죽이지? 우리 이렇게 멋있었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공감하면서 자녀가 부모님의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로 음악이 한몫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작업을 하며 35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는 그는 "김종진, 전태관이 20대 후반이었던 때다. 매사에 정신이 있었던 시대였다. 음악가의 정신이 있었고, 장사하는 분들은 상인 정신이 있었다. 좋은 물건을 값싸게 팔려고 했던 정신이 있었다. 긍휼의 정신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세상에 정말 좋은 것을 선사하겠노라'라는 정신으로 가득했던 시대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런 정신은 많이 사라졌다"면서 "귀여운 아이템들도 나오고, CD도 나오고, LP도 나와서 수집의 도락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음악을 많이 들어주셨으면 한다. 음악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 어떤 마음으로 연주했는지를 귀 기울여 들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운드적인 매력은 특히 자신 있는 부분이라고. 이번 작업에는 카펜터스, 마이클 잭슨 등의 앨범에 참여했던 버니 그런드만이 힘을 실었다. 김종진은 "세계적인 마스터링 엔지니어, 지금은 전설인 버니 그런드만에게 작업을 의뢰했다. 카펜터스 등 세계에서 가장 사운드가 좋았다고 평가받는 앨범을 마스터링한 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뮤지션들의 개별적인 연주도 굉장히 많이 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건 차치하고 뭉뚱그려진 사운드가 사람들에게 파도처럼 들리도록 하는 트렌드가 있다. 그것에 있어서만큼은 조금 다른 접근을 했다"며 "이 앨범에는 단 5명이 밴드 연주를 했고, 곡에 따라 트럼펫이나 색소폰이 1명 추가되는 식이었다. 연주자들의 개별적인 소리를 따로 들을 수 있도록 연주가 잘 분리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