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약 새 역사 쓴 노보큐어…폐암 병용치료, 美 시판 허가

입력 2024-10-16 16:17
수정 2024-10-16 17:27


전자약 시장 선두주자인 스위스 노보큐어가 폐암 치료 분야에서 새 역사를 썼다. 노보큐어의 옵튠루아를 항암제와 함께 쓰는 병용 치료법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용으로 미국에서 시판 승인 받으면서다. 비소세포 폐암, 전자약 허가노보큐어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에게 PD-1·PD-L1 계열 억제제나 도세탁셀을 함께 활용하는 병용치료법이 승인 받았다고 발표했다.

옵튠루아는 암세포에 전기 신호를 줘 사멸을 유도하는 전자약이다. 이번 승인은 옵튠루아와 항암제 병용 연구인 루나 3상 연구를 기반해 결정됐다.

백금 화학요법 치료를 받고 있거나 치료를 받은 뒤 암이 진행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옵튠루아와 PD-1·PD-L1 계열 억제제나 도세탁셀을, 한 그룹은 PD-1·PD-L1 계열 억제제나 도세탁셀만 단독 활용한 뒤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옵튠루아를 활용한 그룹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13.2개월, 활용하지 않은 그룹은 9.9개월로 옵튠루아가 OS를 3.3개월 연장해줬다. 임상 1차 지표에 충족한 것이다.

PD-1·PD-L1 계열 억제제나 도세탁셀 투여 그룹을 따로 분류한 보조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PD-1·PD-L1 계열 억제제와 옵튠루아를 함께 투여한 그룹의 OS는 19개월, PD-1·PD-L1 계열 억제제만 투여한 환자는 10.8개월로 OS를 8개월 넘게 연장했다.

옵튠루아와 도세탁셀 병용 그룹 비교 연구는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옵튠루아 활용 그룹이 2.2개월 정도 더 길었다.

장치 관련 부작용은 63.1%에게서 확인됐다. 대부분 피부 관련 문제로 1~2등급이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FDA 승인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노보큐어 주가(티커 NVCR)는 장중 10.71% 급등했다. 장 마감후 시간외 거래에서도 24.02% 상승했다. 신규 비소세포폐암 치료법 수요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8년 만에 2차 이후 비소세포폐암 OS 개선노보큐어는 100kHz~500kHz 범위의 전기장을 활용해 암 세포분열을 저해하는 방식의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건강한 세포엔 영향을 주지 않고 암 세포만 반응하는 주파수를 활용해 암 세포가 분열을 막는다.

화학항암제는 물론 면역관문억제제, PARP 억제제, 방사선 치료 등과 함께 활용하면 유방암, 대장암, 악성 흑색종, 자궁경부암, 골육종, 소세폐암 등 고형암 치료에 효과있다는 것을 전임상시험에서 확인했다.

옵튠루아는 특별한 시술없이 피부 바깥에서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전자약이다. 종양치료장(TTField)으로 알려진 휴대용 장치를 암 발생 부위에 올려 자극하면 암 세포가 사라지는 원리다.

루나 임상 연구에 참여한 티시아나 릴 에모리의대 교수는 "비소세포 폐암 환자의 2차 이후 치료 옵션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루나 연구에서 확인된 OS 개선은 해당 환자 그룹에서 8년 만에 나온 데이터"라고 했다. 신기술 등으로 2차 이후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OS 개선을 입증한 게 상당히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옵튠루아는 전신 독성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치료 옵션이 필요한 환자와 의사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진전"이라고 했다. 암세포에만 듣는 전기장으로 파괴노보큐어는 2011년 재발성 교모세포종 치료를 위한 첫 전자약 허가를 받으면서 전자약을 활용한 암 치료 시장을 열였다. 2015년 화학항암제와의 병용 요법으로 교모세포종 환자 치료용으로 추가 승인을 받았다.

2019년 수술이 불가능한 악성 흉막 중피종 환자 치료용도로도 FDA 허가를 받아 다른 질환군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당시 임상시험을 통해 옵튠루아를 백금 화학요법과 함께 활용하면 97%에게서 암이 줄거나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많은 글로벌 제약사 등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오랜 기간 추가 임상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전자약으로 암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숙제'라는 시장 의구심이 커졌다. 이번 추가 임상 승인으로 이런 의혹을 해소했다는 평가다.

노보큐어 제품을 활용해 미국머크(MSD)는 교모세포종,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위한 키트루다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파클리탁셀 등과 함께 쓰는 췌장암 치료용 파노바 임상시험도 노보큐어에서 진행하고 있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선 이렇다할 후속 주자가 없는 상태다. 국내에선 전자약 기업 뉴아인이 노보큐어와 유사한 방식으로 폐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세포 실험을 거쳐 전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 단계다.

김도형 뉴아인 대표는 "전자약은 기전상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요법으로 써야 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노보큐어가 비소세포폐암에서 성과를 내면서 치료 근거가 명확해졌기 때문에 후속 연구에도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