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팰리서 캐피털이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의 지분 1% 이상을 확보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팰리서 캐피털은 주가 상승을 위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간) WSJ이 익명의 복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팰리서는 지난 2년간의 매수를 통해 SK스퀘어 지분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팰리서는 SK스퀘어의 10대 주주에 포함됐다.
팰리서는 행동주의 투자자 헤지펀드로 유명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홍콩 사업부를 이끌었던 제임스 스미스가 2021년 영국 런던에 설립한 헤지펀드다.
팰리서가 SK스퀘어 지분 확보에 나선 배경엔 SK하이닉스가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면서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HBM의 폭발적 수요에 힘입어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6%가량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지분 약 20%를 보유한 SK스퀘어 주가도 같은 기간 64% 급등했지만, 최대주주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보다 더 높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지난 15일 마감가 기준 141조5600억원을 넘었다.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율(20.07%) 가치는 약 28조41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SK스퀘어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9일 마감가 기준 11조30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WSJ은 SK하이닉스 지분 가치를 고려하면 SK스퀘어 주가에 대해 '재벌 디스카운트'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SK스퀘어가 복잡한 지배구조로 얽혀 있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팰리서는 SK스퀘어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촉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팰리서는 자사주 매입과 투자·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SK스퀘어는 올해 7300만달러(약 10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아울러 이사회에 자산운용 경험이 많은 이사를 추가하고, 경영진 급여를 회사 실적과 연계할 것도 촉구하고 있다. 또 회사채 발행을 늘려 자본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