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분쟁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과거 주총 선택 보니

입력 2024-10-16 08:32
수정 2024-10-16 08:45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나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측 어느 한쪽이 확실하게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7.83%(6월 말 기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고려아연이 계획대로 전체 주식의 10%를 사들여 소각하면 MBK·영풍 측 지분율은 42.74%, 최윤범 회장 측은 40.27%를 확보하게 된다. 양측이 각각 장내에서 주식을 추가 매집하면 뒤집힐 가능성이 있는 격차라 어느 한쪽이 확실히 승기를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이 현재의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하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소각 지분율은 8.7%로 커진다.

이전까지는 국민연금은 주로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 측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많았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0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 동안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모두 53건의 의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중 49건(92.5%)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던진 의안 4건 중 3건은 이사 선임 안건이었다. 여기에는 2022년 3월23일 열린 정기주총에 부의된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한 이사 선임안도 포함돼 있다. 장형진 고문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인물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장형진 후보는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의무 수행이 어려운 자에 해당해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시 장 고문의 이사 선임 안건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통과됐고, 장 고문은 현재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국민연금은 장 고문 측과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올해 3월 주총에서도 현 경영진 편에 섰다. 지난 3월 주총에서 양측은 2건의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는데, 2건 모두 국민연금은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최근 재계와 증권가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반대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는 풍문이 전해지기도 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MBK의 6호 바이아웃 펀드에 출자한 자금 중 일부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투입하지 말라고 통보 조치했다는 소문이 퍼진 바 있다. 이에 대해 MBK 측은 “국민연금으로부터 그런 통보를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고, 국민연금 측은 확인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