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일감 몰아주기…퇴직자 배우자 업체에 26억 수의계약

입력 2024-10-15 20:25
수정 2024-10-15 20:36
한국관광공사가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기업은 여성 1인 기업으로, 관광공사와 맺은 수의계약 규모가 25억8000만원에 달한다. 남편이 과거 한국관광공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 외엔 타 납품실적이 없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18건, 지난해 25건을 체결하며 독점하다시피 수의계약을 하는 눈에 띄는 업체가 있다"며 "A씨가 대표인 여성 1인 기업으로 관광공사와 2018년부터 총 90건의 계약을 맺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관광공사가 1년 동안 한 기업과 맺는 수의계약은 두 건 정도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올해 9월을 기준으로 18건에 달하는 수의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맺은 수의계약은 22건으로, 관광공사와 가장 많은 수의계약을 체결한 업체다.

배 의원은 해당 업체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설립 이후 한 달 만에 비교 견적 없이 관광공사와 수의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또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업체의 매출액은 관광공사 수의계약 액수와 동일하다. 관광공사 수의계약만으로 매출 올리는 셈이다.

해당 업체 대표의 남편 김모씨는 한국관광공사 인센티브전시팀에 4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수의계약 담당자인 함모씨와 같은 부서다. 함모씨는 이후에도 초반 5건 수의계약도 담당했다. 본인이 견적서를 받아 전달한 건을 합치면 총 27건의 계약에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배 의원은 "계약 사유가 '전문성을 갖춘 회사'라고 했는데 2019~2020년 매출액 내역을 보면 관광공사 계약 건 외에 다른 시장과 계약 자체가 없다"며 "시장에서 알아주지 않는 회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광공사에서 일했던 짧은 인연만으로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수의계약을 따낼 수 있다면 정말 정당하게 일하고 있는 작은 영세 업체들에는 대단히 통탄할 일"이라며 "관광공사 안에 리베이트를 받거나 이런 검은 커넥션으로 복마전을 벌이고 있지는 않은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지적하신 문제 부분을 인정한다"며 "해당 사항과 관련해 확인 후 별도로 전달하겠다"고 했다.

김정훈 문체부 관광정책국장도 "관광공사의 수의계약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철저한 감사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