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경영진)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재계와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상법 전문가들은 “영미권에서 인정하는 이사 충실 의무를 우리 법에 그대로 적용하면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이 남발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와 한국기업법학회는 15일 서울 여의도동 FKI타워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논란과 주주 이익 보호’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상법 382조3항에 기업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밸류업 정책’(주가 부양책)의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경영진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도리야마 교이치 일본 와세다대 로스쿨 교수는 “상법을 개정하면 회사법 체계와 어긋날 뿐 아니라 채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권리까지 침해하게 된다”며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주주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회사법상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통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만큼 법 개정의 실익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박준선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사안에 따라 이사의 충실 의무를 폭넓게 인정하지만, 대부분 합병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였다”며 “이사 충실 의무의 법리를 우리 상법에 그대로 이식하면 법원 판결에 미칠 영향에 관해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