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전환기, 새로운 비교우위를 찾아라

입력 2024-11-04 06:00
수정 2024-11-04 10:50
[마켓] 투자 인사이트



누구나 매일 크고 작은 선택에 놓인다. 운전을 할 때 어떤 경로로 가야 조금 더 빠를지, 점심 식사로 무슨 메뉴가 좋을지 등 일상에서 소소한 선택을 할 때도 시간과 비용 등 장단을 따진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 다른 해야 할 일이 많다면 음식이 빨리 나오는 식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식사할 수 있는 곳이 더 큰 이점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선택은 단순히 취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리려는 ‘비교우위’를 고려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비교우위는 우리의 일상 속 무수히 많은 의사결정 과정에 스며들어 있는 개념이지만, 이론적으로는 경제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 용어다.

투자도 비교우위 파악이 핵심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고안한 비교우위론(Theory of comparative costs)은 국가 간 무역에서 각 국가가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상품에 집중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A국가가 같은 양의 옷과 와인을 생산하는 데 각각 100명과 120명이 필요하고, B국가는 각 90명, 80명만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얼핏 생각하면 B가 둘 다 생산하는 것이 나을 것 같지만(절대우위), 기회 비용까지 감안하면 A는 옷에 집중하고 B는 와인에 특화해서 교역을 하는 것(비교우위)이 두 나라 전체 생산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즉,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특정 상품에서 절대우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분업을 통해 자유무역을 하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비교우위론의 핵심이다.

이처럼 비교우위를 활용하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해진다는 점은 투자에 있어서도 중요한 원리로 작용한다. 투자의 세계는 일상생활에서의 선택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는 영역이며, 자산 간 상대적 우위를 파악하는 것이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때, 단순히 개별 자산의 절대적 성과만을 고려하는 것은 한계가 존재한다.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들이 경제 상황과 맞물려 서로 다른 기회와 위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우위의 개념을 적용하면, 자산 간의 상호 보완적 역할을 파악할 수 있고 현 시장 환경에서 어느 자산에 좀 더 집중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최근 1년간의 금융 시장 흐름을 살펴보면 주식이 채권에 비해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해 왔다. 경제 연착륙 전망 및 물가 안정, 그리고 인공지능(AI) 관련 기대 등을 바탕으로 주식이 상승세를 이어 간 반면, 채권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금리·장기화 기조하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는 Fed의 금리 인하 국면이 현실화됨에 따라 채권의 열위가 개선될 것으로 판단한다.

투자 매력이 상대적 열위인 한국

금리 인하기에 주식이 경기 우려로 인해 약세를 보일 경우, 채권은 추가적인 금리 하락에 힘입어 이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주식과 채권에 고른 비중을 확보하는 자산 배분 전략이 현 시장 환경하에 포트폴리오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처럼 비교우위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시장 환경에 따라 뒤바뀔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변화의 흐름을 관찰해 적극적으로 자산 배분안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주식 내에서도 상대적 투자 매력이 우위에 있는 자산에 무게를 싣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즉, 리스크 수준이 유사하다면 기대수익이 더 높은 자산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올해 들어 글로벌 주식은 미국 증시의 주도하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한국 증시는 유독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국내 투자자들의 체감 심리가 크게 훼손된 상황이다. 다수의 한국 투자자들은 익숙함과 정보 접근성 등으로 인해 국내 자산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세제 혜택 및 낮은 거래 비용과 같은 장점에 기반해 일정 비중의 한국 시장 활용은 필요하다고 보나, 국내에만 집중하는 것은 장기적인 포트폴리오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경제의 특성상 대외 경기 사이클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주기적인 변동성을 키우며 상단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자산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 투자 매력이 높은 자산들로 보완하면 더 다양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이자 글로벌 금융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은 향후 12개월 관점에서 미국 주식에 대한 최선호 의견과 함께 아시아 시장에서 ‘인도>중국>한국’ 순으로 선호도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한 비관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및 기업이익 성장률, 정부 부양책 등 주요 동인 측면에서 한국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 열위에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증시에서 명암이 더욱 극명히 엇갈리고 있는 만큼 펀더멘털 관점의 우열을 적절히 평가해야 할 것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지금까지 강조한 비교우위의 개념은 단일 자산이 아닌 여러 자산들의 활용과 조합이 중요하다는 점 역시 내포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라 팀 전체의 협력을 통해 승리를 이루는 것처럼, 투자에서도 여러 자산의 상대적 매력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축구의 리오넬 메시, 농구의 마이클 조던, 야구의 오타니 쇼헤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한 명의 슈퍼스타의 능력에 매료되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팀 전체의 조화가 없는 한 우승은 불가능하다. 오타니의 경우,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후 두 차례의 MVP 수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게 됐다.

오타니의 비범한 개인 능력에도 매 경기마다 홈런을 칠 수는 없는 것처럼 특정 자산이 계속해서 최고 성과를 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은 투자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는 여러 자산(선수)이 가진 상대적인 강점과 기회비용 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팀)를 최적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시장의 변화를 읽고 비교우위를 끊임없이 재평가한다면 지속적인 수익 추구가 가능할 것이다.

홍동희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