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300억 운용손실' 신한투자증권 사장 "CEO로 책임 통감…비상대책반 가동"

입력 2024-10-15 12:26
수정 2024-10-15 14:08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1300억원 규모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매매 운용 손실과 관련해 임직원에 사과하는 한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5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김 사장은 전날 오전 회사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오늘부터 '비상대책반'을 공식적·체계적으로 가동해 사실 관계와 원인 파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8월 초 ETF 유동성 공급자(LP)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선물옵션부에서 본래의 목적과 허용된 범위를 넘어서는 장내선물 매매가 있었고 당시 시장의 급락 상황 속에서 대규모 매매손실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손실을 감추고자 관련 내용을 손익 집계와 보고에서 누락했고 이를 위한 반대 포지션 스왑 거래를 허위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누락된 손실과 허위 스왑 포지션은 지난달 기준 분기 결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고 손실 규모는 세전 13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CEO로서 제 자신을 반성하고 책임을 크게 통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비상대책반을 공식적, 체계적으로 가동하겠다"며 "이를 통해 사실 관계와 원인 파악이 명확해지면 단계마다 여러 방법을 통해 임직원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8월5일 '블랙먼데이'를 전후로 대규모 ETF LP 운용 손실을 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회사는 ETF LP 업무 목적과 무관한 장내 선물 매매로 인해 1300억원으로 추정되는 손실이 일어난 사실을 발견했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해당 1300억원은 올 2분기 기준 연결 자기자본 5조5257억원의 2%를 넘는 규모다.

이 손실은 지난 8월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발생했다. 지난 8월 초 미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가 역대급 폭락장을 맞으면서 큰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허위 스왑거래를 등록하는 등의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운용 손실은 ETF 투자자들의 투자금 등에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며, 증권사의 운용자산에 손실이 생긴 것이다. 손실금액은 회계에 반영된다.

현재 문제의 정점에 선 법인선물옵션부 부서장과 과장은 대기발령 조치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 현장검사 등이 마무리될 시점을 즈음해 인사위원회 등을 거쳐 징계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금융위원회 간부간담회에서 "금융권에서 각종 횡령, 부정대출 등 금융사고가 지속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가운데, 최근 신한금융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 이번 사고를 철저히 검사·조사토록 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금융감독원은 같은 날 신한투자증권에 검사반을 파견해 현장검사에 착수한 데 이어 업계 현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26개 증권사와 주요 자산운용사의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 전수점검에 착수했다.

다음은 김 사장이 내부망에 올린 글 전문.

지난주 금요일 공시와 언론을 통해 접하신 충격적인 소식에 대해 CEO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지난 8월 초 ETF LP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선물옵션부에서 본래의 목적과 허용된 범위를 넘어서는 장내선물 매매가 있었고 당시 시장의 급락 상황 속에서 대규모 매매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손실을 감추고자 관련 내용을 손익 집계 및 보고에서 누락하였으며, 이를 위한 반대 포지션 스왑 거래를 허위로 등록하였습니다.

이렇게 누락된 손실과 허위 스왑 포지션은 9월말 기준 분기 결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고 손실규모는 세전 13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CEO로서 제 자신을 반성하고 책임을 크게 통감합니다. 이제 회사는 본 위기상황을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실행하는데 최우선으로 집중하겠습니다.

위기 극복의 관점에서 한 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현재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관계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모든 것이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추론과 억측은 불필요한 오해를 키우고 더 나아가 조직 내부의 갈등은 물론 우리의 고객에게 혼란과 실망을 가중시키고, 회사의 평판을 더욱 심하게 훼손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비상대책반'을 공식적, 체계적으로 가동할 예정으로 이를 통해 사실관계와 원인 파악이 명확해지면 단계 단계, 여러 방법을 통해 임직원과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서 임직원 여러분은 흔들리지 말고 현재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과 소임을 다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모든 임직원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신민경/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