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되자 서울 집값 상승폭이 축소됐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값은 0.54% 상승하며 전월(0.83%) 대비 0.29%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 4월 서울 집값이 상승으로 돌아선 이후 5개월 만에 상승 폭이 축소됐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서초구가 반포·잠원동 대단지 위주로 1.16% 올라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어 강남구가 압구정·개포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1.07%, 성동구는 성수·응봉동 중소형 규모 단지 위주로 0.91%, 송파구도 신천·잠실동 위주로 0.89% 상승했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서초구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다만 그간 서초구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대장 아파트' 가격이 10억원가량 하락하는 등 매수세가 둔화하는 모습도 동반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전용 205㎡는 지난 9월 44억7000만원(30층)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썼다. 지난 7월 41억원(24층)에 팔리고 두 달 만에 3억7000만원 올랐다. 인근의 '래미안리더스원' 전용 114㎡도 지난 9월 39억원(16층)에 팔리면서 지난 3월 35억9000만원(31층)에서 3억1000만원 뛰었다.
다만 지난 8월 전용면적 84㎡ 국민 평형이 51억원(11층)에 신고가 거래됐던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달 이보다 10억원 낮은 40억원(18층)에 팔렸다. 서초동 '서초삼성래미안' 전용 84㎡도 18억4000만원(9층)에 매매돼 지난 7월 18억7500만원(9층)보다 소폭 하락했다.
반포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연초에 비하면 매수 문의가 확실히 줄었다"며 "이전에는 집값이 무조건 오른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매수하려는 사람들은 집값이 내릴 수 있다며 관망에 나서고 집주인들은 반포 집값이 빠지겠냐며 호가를 유지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부동산원은 "대출 규제, 추석 연휴 등 영향으로 매수 문의가 감소하고 거래는 둔화했다"며 "가격이 단기 급상승한 단지를 중심으로 피로감이 확산하고 관망세가 심화해 매수심리가 위축되는 등 상승 폭이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집값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누적으로 매수 심리가 일시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진 집값 상승 피로감 누적으로 주택 매매거래 월별 총량이 주춤한 상태"라며 "이와 같은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초고가 주택 시장은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고 금리 영향도 크게 받지 않는다"며 "거래는 줄더라도 호가로 계속 거래되면서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9월 서울 전셋값도 0.4% 오르면서 전월 0.52% 대비 상승 폭이 축소했다. 성동구가 행당·응봉동 대단지 위주로 0.83% 올랐고 영등포구는 신길·여의도동 역세권 위주로 0.68%, 서초구는 잠원·서초동 신축 위주로 0.67%, 노원구는 중계·상계동 학군지 위주로 0.66%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은 "학군지와 대단지 등 선호단지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꾸준하다"면서도 "일부 단지에서 전셋값 상승 피로감에 따라 거래가 주춤해 상승 폭이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