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 희망된 AZ 타그리소…유일하게 3년 이상 생존 입증

입력 2024-10-15 16:06
수정 2024-10-15 16:07

‘항암제 명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를 수식하는 말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신약 개발 연구에 집중해 항암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신약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세계 암 사망률 1위인 폐암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다.

세계 첫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글로벌 표준 치료제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 폐암 면역항암제 ‘임핀지’(더발루맙) 등이 모두 이 회사 제품이다.

타그리소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중 유일하게 3년 이상 생존을 확인하는 등 높은 치료 효과를 토대로 국내에서도 굳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그리소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레사 후 10여 년 만에 선보인 세계 첫 3세대 EGFR-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다. ○국내 시장 점유율 40.5%15일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EGFR-TKI 중 타그리소 시장 점유율은 40.5%로 1위다. 타그리소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급여 시장에 진입한 뒤엔 이전 선두였던 2세대 EGFR-TKI 지오트립(아파티닙) 점유율도 앞질렀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와 경쟁하는 3세대 EGFR-TKI 시장에서도 타그리소 점유율은 69%로 조사됐다. 렉라자 31%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타그리소와 렉라자는 올해 1월 나란히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 승인을 받았다. 두 약물이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표준 치료제로 타그리소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다.

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중 48% 정도가 선암이다. EGFR 변이는 국내 선암 환자의 30~50%에서 발견된다. 타그리소는 글로벌 3상 임상연구인 플라우라(FLAURA)에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환자 전체 생존 기간을 38.6개월까지 연장했다. 대조군 31.8개월보다 길었다.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3년 이상 전체 생존을 확인한 EGFR TKI는 오시머티닙뿐이다. 해당 연구에서 암이 진행되지 않고 환자가 생존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도 타그리소는 18.9개월이었다. 대조군의 10.2개월보다 8.7개월 연장했다. ○타그리소, 3년 이상 생존 혜택 입증임상 3상 연구를 통해 확인한 압도적인 치료 효과 덕에 2018년 타그리소가 EGFR 변이 비소세포 폐암 1차 치료제로 출시된 뒤 세계에서 이 약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70만 명에 이른다.

미국 진료 표준인 미국종합항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중 가장 강력하게 권고하는 치료제다. NCCN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에 타그리소를 가장 높은 권고 수준(카테고리 1)에서 유일한 선호 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타그리소는 항암화학제 병용요법으로도 쓸 수 있다. 올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병용요법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모두 허가된 치료제는 타그리소뿐이다.

승인 배경이 된 3상 임상연구(플라우라2)에서 타그리소-항암화학 치료법은 뇌 등 중추신경계로 전이된 EGFR 변이 폐암 환자 무진행 생존기간을 24.9개월까지 연장했다.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13.8개월보다 11.1개월 개선했다.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쓸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표적치료제도 타그리소뿐이다. 국내에선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2차 치료, 수술 후 보조요법 등 가장 많은 적응증(치료 대상 질환군)을 보유했다.

비소세포폐암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 후 재발이나 전이가 많다. 비소세포폐암 1B기 환자의 45%, 2기의 62%, 3기의 76% 정도에서 수술 후 재발이나 사망이 보고된다.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요법이 중요한 이유다.

타그리소는 임상 3상 연구(아다우라)에서 1B~3A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재발이나 사망 위험을 73% 줄였다는 것을 입증했다. 타그리소를 복용한 환자의 사망 위험은 위약군보다 51% 줄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