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착취물 온상 된 '나무위키', 덩치 커지는데…"규제 사각지대"

입력 2024-10-16 13:17
수정 2024-10-16 13:18

참여형 지식사이트 '나무위키'가 불법 콘텐츠로 체격을 키우고 있음에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라과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나무위키는 국내에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협조 요청에는 선택적으로 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15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나무위키의 광고 배너 수익(PC·모바일 합산)은 팬데믹 기간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출과 클릭 수가 각각 2배가량 뛰면서다.

2019년 4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2년 7개월간 나무위키가 광고 배너 하나에서 벌어들인 예상 매출은 4억7985만원으로 집계됐다. 총 노출 수는 191억5509만회, 총 클릭 수는 약 209만회다.

이 기간 나무위키의 광고 매출은 해마다 상승했다. 2019년 1억1205만원→2020년 1억7710만원→2021년 1억9070만원이다. 월별로는 2019년에는 월 700~1500만원 선이었는데, 2021년부터는 월 2000만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 수치에 연말 2개월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2021년 광고 수익만 2억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나무위키 웹사이트에 걸린 광고 '배너 1개'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전체 광고 수익은 적게는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출 수는 연도별로 2019년 37억회→2020년 76억회→2021년 76억회다. 월별로 4~5억 정도 수준이었는데 2021년에는 7~8억 선으로 두배가량 뛰었다. 연말에도 월별로 7~8억회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해보면, 2021년에는 약 90억회 이상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클릭 수는 2019년 51만회→2020년 85만회→2021년 72만회다. 2019년에는 월 1만5000회에서 7만5000회 사이로 월별 등락 폭이 컸는데, 2020년부터는 6만5000회에서 8만회 사이로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마찬가지로 연말에 같은 추이를 보인다고 가정하면 2021년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무위키는 본사를 파라과이에 두고 있는 만큼, 수익 구조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나위위키 사이트의 광고 수익과 산하 웹사이트인 아카라이브·나무뉴스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위키의 심의·규제 기관인 방심위는 그간 나무위키에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해왔다. 나무위키 속에 부적절한 내용의 정보가 있다거나 명예훼손 우려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대부분 '해당 없음'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는 사이 나무위키 산하 커뮤니티 사이트인 아카라이브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유통 경로가 되며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문제가 된 '딥페이크 성 착취물'이 아카라이브를 통해 유포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아카라이브는 모두 한국어로 서비스되지만, 가상사설망(VPN) 이용과 가입을 기반으로 해 유해 콘텐츠가 등록되더라도 연령 제한 없이 공개되고 있다.

지적이 제기되자 나무위키는 지난 8월 방심위의 요청대로 아카라이브에 올라온 일부 음란 콘텐츠를 삭제했다. 그러나 방심위의 협력회의 참여 요청은 거절하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방심위는 해외에 법인을 둔 나무위키와 이메일 등의 수단을 통해 연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방심위가 나무위키의 자율규제에 맡기는 것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통심 심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무위키에 올라온 정보가 출처 불명이라는 점, 각종 차별과 혐오 표현이 있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장겸 의원은 "나무위키가 딥페이크 음란물, 가짜뉴스 등 불법콘텐츠가 퍼지는 주요 공급 통로가 되고 있다"며 "집단 지성이 편집하는 자율적 백과사전 형태를 띠고 있지만, 악의적 편집이 가능하고 낙인찍기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하고 불법적인 요소를 가진 나무위키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기/신현보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