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반도체 韓 추월론…세제 혜택보다 더 절실한 전력 지원

입력 2024-10-14 17:40
수정 2024-10-15 07:00
한국경제인협회는 어제 역대 산업부 장관들과 반도체 학자들을 초청해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 특별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K반도체의 위상과 관련해 상당히 충격적인 발언이 쏟아졌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주제발표에서 한국이 강점을 지닌 D램 분야에서 향후 5년 내 기술적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2032년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 1위 자리를 중국에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위험이지만 방치한 탓에 후일 큰 화를 초래하는 ‘회색 코뿔소’ 같은 존재로,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현재 세계에서 반도체 제조 설비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올해 예상 투자액은 500억달러(약 67조원)로 한국, 대만, 미국 반도체업계의 투자액을 합한 것보다 많다.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CXMT는 올 연말 세계 D램 생산량 11%의 생산설비를 갖추며, 2026년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인공지능(AI) 가속기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납품 지연과 더불어 PC·모바일의 범용 메모리 제품 시장을 중국 기업에 잠식당한 것이 큰 요인이다.

반도체산업 육성에서 국가적 지원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여긴에 보조금이나 세제 지원뿐만 아니라 민간이 할 수 없는 전력 등 인프라 투자가 절실하다. 메가클러스터 5개 공장 완공 등으로 2030년까지 현재 발전용량의 50% 이상의 추가 전력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보다 더 센 반도체 투자 세제 혜택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면서 반도체산업을 키우겠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