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에 1 대 1로 연동된 해외 스테이블 코인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외환·금융시장의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처럼 쓰이는 암호화폐지만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한 테더, 유에스디코인, 다이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 거래량은 올해 들어(1~9월) 43조3000억원(약 320억달러)에 이른다. 국내 무역 거래 중 일부가 이 코인으로 이뤄지면서 ‘외환시장 복병’으로 떠올랐다. 세계 1위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를 발행하는 테더사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976억달러로 독일(880억달러)을 넘어 한국(1167억달러)과 맞먹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급작스러운 ‘코인런’이 발생해 테더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국채를 대량 매도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 전반을 흔들 수 있다.
이처럼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급성장하는 건 편의성 때문이다. 복잡한 송금 절차는 물론 환전 수수료도 없는 데다, 수출업체와 수입업체 간 실시간 결제가 가능해 환율 리스크까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스테이블(안정적)’이란 명칭과 달리 이면에 커다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2022년 당시 최대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루나가 일시에 휴지 조각이 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나 미국 국채, 금 등을 담보로 가치를 고정한다고 하지만 민간 발행사의 준비자산이 부실하게 운용될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불안이 일시에 전체 가상자산과 전통적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기축통화국인 데다 무역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는 향후 통화 주권까지 흔들 수 있는 ‘발등의 불’이다.
그런데도 논의는 전무하다. 미국은 의회의 입법안을 통해 시장 규율 방안을 모색하고, 유럽연합(EU)이 암호자산시장법(MiCA)으로 발행처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무엇보다 실태 파악이 급선무다. 무역 결제 중 일부가 이들 코인으로 이뤄지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통계조차 못 잡는 실정이다. 제도 공백 해소도 시급하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금융혁신의 편익은 확대하면서 관련 잠재 리스크를 억제할 수 있는 규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모두 해외에서 발행된 코인인 만큼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국제 금융 협의체와의 공조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