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선수금 규모 10조원을 넘보는 상조업계의 핵심 고객층으로 올라섰다. 장례 서비스를 위해 납입한 선수금을 결혼, 여행, 어학연수 등 MZ세대가 필요로 하는 항목으로 전환·결합하는 상품을 업계가 앞다퉈 선보이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의 MZ세대 가입자 비율은 2022년 15%에서 올해 17%로 늘었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같은 기간 MZ세대의 상조 신규 가입 건수는 약 25%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른 ‘빅3’ 상조회사의 MZ세대 가입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교원라이프의 MZ세대 가입자 비율은 2021년 18%에서 지난해 20%로 증가했다. 보람상조의 MZ세대 가입자 비중도 2021년 17%에서 지난해 30%로 훌쩍 뛰었다. 대명아임레디 역시 같은 기간 14%에서 22%로 늘었다.
업계에선 MZ세대 입맛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전환 상품이 다양해진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통상 상조회사는 매달 정해진 금액을 미리 받은 뒤 서비스를 지원하는 ‘선불식 할부계약’ 방식으로 장례 상품을 내놓는다. 소비자는 돈이 묶이는 것을 감수해야 하지만 특별 약관을 더하면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서비스로 대체할 수 있다.
웨딩홀 섭외와 스튜디오 촬영, 메이크업 등을 한꺼번에 지원하는 프리드라이프 웨딩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최근 4년간 전환 상품에 가입한 MZ세대의 70%가 선택하며 인기를 끌었다. 대명아임레디는 납부금 일부를 만기 전에 현금처럼 사용하는 ‘레디캐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다른 기업과 제휴한 결합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교원라이프가 2015년 LG전자, 신한카드와 함께 출시한 ‘베스트라이프 교원’은 LG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최대 130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올 1분기 기준 가입자 90만 명을 넘겼다. 보람상조는 지난 5월 알뜰폰업체 미니게이트와 2년간 무제한 요금제를 지원하는 결합 상품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 대비하면서 실속을 챙기는 상품이 MZ세대 사이에서 주목받으며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납입 기간이 끝난 뒤 납입금을 100% 환급하는 상품이 등장해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조업계의 이 같은 노력 덕에 전체 선수금 규모도 커지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상조회사 79곳의 선수금은 9조531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8조3798억원)보다 13.7% 늘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