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고신용자의 가계대출 규모가 25% 넘게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중신용자와 저신용자의 가계대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중·저신용자가 대출 시장에서 소외되는 ‘대출 양극화’ 문제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용점수가 840점 이상인 고신용자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45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1437조9000억원)과 비교해 6개월 사이 21조원(1.5%) 늘었다. 5년 전인 2019년 2분기 말(1165조5000억원)에 비해선 293조4000억원(25.2%) 증가했다.
반면 중신용자(신용점수 665~839점)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330조9000억원으로 작년 말(343조7000억원)과 비교해 3.7% 감소했다. 5년 전인 2019년 2분기 말(356조6000억원)에 비해서도 7.2% 줄었다.
신용점수가 664점 이하인 저신용자의 가계대출은 보다 가파른 속도로 줄었다. 저신용자의 지난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69조5000억원으로 작년 말(71조7000억원)과 비교해 3.1% 축소됐고, 2019년 6월 말(87조1000억원)에 비해선 20.2% 감소했다.
이처럼 신용도에 따른 대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한 원인으로는 고금리 기조가 꼽힌다. 2022년부터 본격화된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상환 능력이 부족한 중·저신용자는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저신용자의 가계대출 감소는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담보물 가치보다 상환 능력에 기반한 대출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DSR은 개인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