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만 1000만대 팔린다는데…삼성·LG 달려간 '이 나라'

입력 2024-10-15 08:00
수정 2024-10-15 08:24
이집트가 가전제품 시장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인구 증가로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이에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제조사들이 현지 생산을 통해 중동 지역 소비자들을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현지에서 생산한 가전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LG전자는 애프터서비스(A/S)를 중시하는 현지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15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 따르면 데이터기업 스태티스타는 이집트 주요 가전제품 생산량이 올해 940만대에서 2029년 1190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가전제품은 △가스레인지 겸용 오븐(쿠커·오븐)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에어컨 △냉동고 순이다.

제품별로 보면 가스레인지 겸용 오븐 생산 대수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레인지 겸용 오븐 생산 대수는 올해 390만대에서 2029년 5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냉장고 생산 대수의 경우 같은 기간 170만대에서 220만대로 증가한다는 관측을 내놨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총 1000만대가 생산된다는 것. 세탁기는 2029년 기준 160만대, 식기세척기는 140만대, 에어컨과 냉동고는 각각 90만대가 생산될 것이란 분석이다.

가전제품 수요 증가를 예상하는 배경으로는 이집트 인구 증가가 지목된다. 스태티스타는 2020~2019년 이집트 인구가 연평균 18.3%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집트 인구는 현재 1억1654만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 인식 변화도 가전 수요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문숙미 코트라 카이로무역관은 이날 코트라 해외시장뉴스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은 소비자들이 세척과 위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했고 결과적으로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의 가전제품 판매량이 증가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이집트 주요 가전제품 브랜드별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현지 제조사인 프레쉬가 13.4%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본 도시바가 10.4%로 뒤를 이었다. LG전자는 6.1%로 다섯 번째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3.5%를 기록, 열한 번째 기업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LG전자 입장에선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지역이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이집트 등 중동 지역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이 전체의 4%에 불과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중동 지역 매출이 최근 5년간 연평균 10%씩 증가해 왔다. 올해 들어선 이집트에서 생산한 냉장고·세탁기를 판매하기 시작해 올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 연간 매출은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A/S에 민감한 이집트 소비자들 심리에 초점을 맞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일찌감치 이집트 등 6개국을 대상으로 이브닝 서비스를 실시했다. 국내·외 가전업계 최초로 평일 야간 A/S 서비스를 시행한 것. 또 2시간 단위로 출장수리를 예약할 수 있는 방식도 도입해 정시 방문을 준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언급된 주요 가전제품 외에도 스마트홈 가전 분야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5G 보급이 확대된 영향이다.

문 무역관은 "삼성과 LG는 현지 제조시설을 두고 내수시장 공략은 물론 이집트를 제3국 수출기지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 전략은 이집트 정부가 현지 제조품의 제3국 수출을 적극 독려하며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집트 진출은 현지 생산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전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동시에 지리적 요충지에 자리해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으로 수출에도 유리하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