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데이 CEO "AI로 업스킬링 가능한 시대 왔다…인사관리 대변화"

입력 2024-10-14 14:44
수정 2024-10-14 14:59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강화(augment)할 겁니다.“

포천 500대 기업 중 60% 가량이 사용하는 인재관리(HR) 및 재무 분야 소프트웨어 플랫폼 워크데이의 칼 에셴바흐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인재포럼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AI는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크데이는 약 10년 전부터 AI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대용량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생성형 AI가 등장한 지금의 국면은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전 세계 모든 산업의 모든 기업은 AI 시대에 재창조되고 있다“고 그는 묘사했다.

다만 ‘AI가 대체할 일자리 20가지’ 식의 주장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앞서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 기술 도입 과정이 그러했듯, AI도 ”사람을 보완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누구나 AI를 얘기하는 시대입니다.
”AI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수조달러라고도 하고, 수십억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이 중에서 절반만 맞아도 비즈니스와 사람의 생산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주장은 과대 선전 수준입니다. 투자수익(ROI)이 발생하지도 않고 있고요.“

▷왜 그럴까요.
”이것이 ‘혁명’이 아니라 ‘진화’이기 때문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떠올려 보세요. 모두 다 서둘러서 클라우드로 이동하지는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클라우드가 비즈니스 전반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습니다. 기업들은 더 빠르게 확장하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고객을 찾아 글로벌화할 수 있었습니다. AI는 클라우드와 같은 일을 하게 될 겁니다.“

▷AI가 인재의 ‘업스킬링’을 도와준다는 견해를 갖고 계신데요.
”그렇습니다. 업스킬링은 직원들의 기술이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을 뜻하는데요. 지금은 구성원이 갖추고 있는 기술이나 역량에 대해 충분한 데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사람이 필요하면 담당자는 필요한 직무기술을 정리해서 구인 공고를 하곤 했죠. AI 시대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이 보유한 역량(스킬셋)을 해부하듯 분석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프로젝트를 추진할 역량을 갖춘 인물을 기업 안팎에서 찾아내서 매칭할 수 있습니다. AI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의 역량을 확충하고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 기반 세계(skill based world)’가 열리는 거죠.“



▷인재에 대한 평가기준도 달라지겠네요.
“그렇죠. 더 이상 사람들의 배경이나 학교, 학위를 가지고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추정해서 판단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역량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됩니다.”

▷AI로 효율성이 강화되면 고용을 더 늘릴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워크데이 매출액은 현재 75억달러(2025회계연도 예상치) 정도인데 앞으로 (AI 덕분에) 100억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연 17%씩 성장하고 있고요. 당연히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할 것입니다. AI의 활용이 고용을 줄인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선 안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AI가 일자리를 줄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AI에 대해 생각할 때 ‘인간 중심적인 접근’을 하려고 합니다.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는 거죠. 코파일럿(업무 과정에서 그때 그때 활용할 수 있는 AI 툴) 형태거나 에이전트(AI 대리인)의 형태로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낼 겁니다.”

▷조직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덕목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기술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더는 뒤처지게 될 겁니다. 특히 AI 도입 과정에서는 조직 내 불안과 긴장이 커질 수 있습니다. 리더는 새로운 기술의 이점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직원들이 대체될 것이라는 큰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기술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AI 도입에 회의적인 리더들도 있습니다.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빠르게 뒤처질 겁니다. AI는 정말 강력한 기술입니다. 과거에도 기술로 인한 지각변동을 봤지만, 이번 것은 우리가 이전에 본 어떤 것과도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런 기술의 경우, 사람들은 단기적인 영향을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인 영향은 과소평가합니다. 리더로서 회사의 미래를 설계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면, 이 기술을 활용해서 ‘오늘’이나 ‘내일’이 아니라 ‘미래’의 일의 모습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구성원과 AI 도입에 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의사소통을 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결제업체 클라나 CEO가 AI를 이용하면 세일즈포스나 워크데이 같은 소프트웨어를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서 기존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기술 변화에 대한 단기적인 기대감이 커질 때 매번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고객들이 그런 주장을 할 때면 저는 ’한 번 직접 해보시고 6개월 후에 다시 이야기합시다‘고 보냅니다. 그러면 모두 돌아와서 말하죠. ’우리가 왜 외부 자원을 활용하지 않고 이걸 직접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우리의 핵심 역량이 아니다‘고요. 각 조직마다 집중하는 대상은 서로 다릅니다. AI가 그 부분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AI를 이용한 생산성 향상의 핵심 조건은 무엇일까요.
“좋은 데이터와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맥락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연간 8000억건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는데요. 기업의 HR과 재무 분야에서 정교하게 관리된 데이터 세트가 있고 그 거래의 맥락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회사의 AI 서비스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고요.”

▷워크데이는 현재 HR과 재무 분야에 강점을 가진 회사입니다. AI를 통해 이 회사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십니까.
”10년 후에는 워크데이가 HR이나 재무가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 요구를 충족시키는 기업 플랫폼이 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플랫폼이 AI의 사용과 기술을 통해서 자율적으로 작동하기를 원하고요. 전 세계에서 고객을 확보해서 글로벌 시장을 이끌기를 바라죠. 리더는 한 걸음, 두 걸음이 아니라 세 걸음 앞서 나가야 합니다. 계속 전진하지 않으면, 제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뒤처지게 되니까요. 영원히 전진해야 합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