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온라인 플랫폼' 판도 흔든다

입력 2024-10-14 16:23
수정 2024-10-14 16:24

스포츠가 온라인 플랫폼의 희비를 가르는 승부처가 됐다. ‘치지직’으로 개인방송 플랫폼 시장에 진출한 네이버가 스포츠 중계로 사업 전선을 넓혔다. 경쟁사인 아프리카TV가 스포츠 중계로 이용자 증대에 성공한 상황에서 나온 선택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뿐 아니라 LG유플러스, 카카오, 넥슨 등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스포츠를 앞세워 플랫폼 이용자 늘리기에 힘쓰고 있다.○네이버 치지직, 스포츠 중계 참전 14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치지직을 통해 이달 초 프로축구인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프로배구인 ‘V-리그’ 중계를 시작했다. 치지직이 스포츠 중계 서비스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치지직은 개인방송 진행자(스트리머)와 시청자가 함께 소통하며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월 치지직 출시 당시 네이버가 게임 스트리머 위주로 플랫폼을 홍보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그동안 게임 관련 콘텐츠에 집중해온 치지직은 이용자층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모바일 앱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치지직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30만 명으로 경쟁 플랫폼인 숲의 ‘아프리카TV’가 기록한 237만 명보다 7만 명 적었다. 아프리카TV가 파리올림픽을 중계한 7월엔 두 플랫폼의 MAU 격차가 266만 명 대 232만 명으로 34만 명까지 벌어졌다.

IT업계에선 올해 스포츠가 흥행하고 있다는 점도 치지직의 중계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해 프로야구 관중 수는 정규시즌 기준 1088만7705명이다. 지난해(810만326명)를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프로축구도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올해 관중 수가 이달 11일 기준 291만2410명으로 지난해(303만479명)보다 적지만 K리그1 팀별 최소 다섯 경기가 남아 있다.

아프리카TV를 운영하는 숲은 스포츠 중계를 다각화해 개인방송 플랫폼 시장 1위를 지킨다는 구상이다. 이 업체는 17일까지 7일간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를 생중계한다. 지난달엔 당구 대회인 ‘세계 3쿠션 선수권 대회’를 중계했다. 아프리카TV가 중계 관련 제휴를 맺은 스포츠 단체는 대한장애인체육회, 대한럭비협회 등 20곳에 달한다. 해외용 개인방송 플랫폼인 숲을 통해선 한국 프로야구 경기 영상도 내보내고 있다.○스포츠로 몸집 키운 티빙·쿠팡플레이OTT 시장에서도 스포츠와 사업을 연계한 플랫폼이 성과를 내고 있다. 2025년까지 3년간 프로야구를 국내 독점 중계하는 티빙은 지난달 MAU 787만 명을 기록했다. 1월(656만 명)보다 20% 늘었다. 넷플릭스의 MAU가 같은 기간 1282만 명에서 1121만 명으로 9% 줄어든 것과 딴판이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를 중계하지 않는 웨이브는 MAU가 441만 명에서 427만 명으로 3% 감소했다.

지난달 MAU 679만 명으로 OTT 시장 3위 자리에 오른 쿠팡플레이도 스포츠를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다. 쿠팡플레이는 3월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독점 중계해 야구팬을 끌어모았다. 7월 31일과 8월 3일엔 대형 축구 이벤트인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개최했다. 첫째 날엔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와 K리그 올스타팀의 경기를, 둘째 날엔 토트넘과 김민재 선수가 몸담고 있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열었다.

다른 IT업체들도 스포츠 사업을 키우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야구 시뮬레이션 서비스인 ‘내맘대로 프로야구’는 MAU가 올 4월 3만2000여 명에서 지난달 11만5000여 명으로 3.6배 급증했다. 카카오는 올해 초 프로야구에 그래픽 중계 서비스를 도입했다. 카카오톡 내 야구 관련 채널 이용자 수는 8월 기준 전년 동월보다 52% 늘었다. 게임사인 넥슨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성사했다. 오는 2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 경기인 ‘아이콘 매치’를 열기로 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축구 상인 ‘발롱도르’ 수상자만 5명이 참가하는 행사다. 넥슨은 이 경기를 통해 자사 축구 게임 ‘FC 온라인’과 ‘FC 모바일’을 스포츠 팬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