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의 물결에 인터넷TV(IPTV)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에 이어 KT가 올해 안에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활용한 셋톱박스를 선보인다. AI 영상 편집 기술로 같은 영상도 소비자별로 다르게 쓰이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SK브로드밴드는 카메라를 AI 비서로, LG유플러스는 AI 자막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영상 속 특정 인물만 골라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올해 안에 자체 IPTV 서비스인 ‘지니TV’를 통해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를 출시하기로 했다. 온디바이스 AI는 외부 통신 없이 기기 내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클라우드로 구현되는 AI보다 작업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시청 데이터와 같은 개인별 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적다. KT 관계자는 “‘더 빠르고, 더 편리하며, 다 알아서’를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의 강점으로 내세워 고도화된 IPTV 서비스를 함께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새 셋톱박스 도입에 맞춰 KT는 AI로 영상에서 특정 인물이 나오는 장면만 골라보도록 하는 기능을 도입한다. 이 회사의 기업 간 거래(B2B)용 영상 편집 솔루션인 ‘매직플랫폼’을 개별 방송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솔루션이 적용된 영상에선 특정 인물이 나오는 장면이 화면 하단에 미리보기 형태로 노출된다. KT는 지난 6월 이 솔루션을 활용해 태국, 캐나다 등 20개국의 관광 명소를 AI로 편집한 콘텐츠인 ‘AI 트래블뷰’를 선보이기도 했다.
KT의 IPTV AI 전략의 핵심은 시청 경험의 개인화다. 최근 이 통신사는 시청자가 즐겨볼 만한 영상을 IPTV 서비스 첫 화면에 소개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시간대·요일별 시청 이력을 고객별로 분석해 소비자 취향을 세밀하게 파악한다. 이 회사의 IPTV 플랫폼인 ‘미디어포털’은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주문형비디오(VOD), 방송 채널, 음악, 앱 등을 한꺼번에 음성으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KT는 영상 콘텐츠 제작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통신사는 드라마의 흥행 가능성을 분석하는 AI 모델을 최근 개발해 콘텐츠 제작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영상 화질 개선, 영화 포스터 디자인 등에서도 AI를 쓰고 있다.○SKT ‘에이닷’, IPTV에도 도입다른 IPTV 업체 두 곳도 지난달 온디바이스 AI를 활용한 셋톱박스를 선보였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의 AI 비서 서비스인 ‘에이닷’을 IPTV 서비스인 ‘B tv’에 결합했다. 스마트폰에서 에이닷을 쓰듯 시청자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적용한 셋톱박스와 대화하며 콘텐츠를 추천받을 수 있다. 이 셋톱박스는 콘텐츠 시청자 반응이나 줄거리 요약 등의 내용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SK브로드밴드가 업계 최초로 셋톱박스에 장착한 초고화질(4K UHD) 해상도 지원 카메라다. 이 카메라로 시청자는 움직임을 활용한 모션 게임, 반려동물 관리, 실내 운동, 영상 통화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AI 스마트 리모컨’ 앱도 올해 안에 출시하기로 했다. 홈쇼핑 채널에서 소개하는 상품의 정보나 드라마 배우의 의상 정보 등을 이 앱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엔 AI가 자동으로 골프대회의 선수·홀별 영상을 추출해 보여주는 기능인 ‘AI 골프’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AI 자막으로 IPTV 서비스를 차별화했다. 이 통신사의 IPTV 서비스인 ‘유플러스 tv’에선 AI가 방송 10여 분 만에 콘텐츠 음성 정보를 추출해 자막을 만들어준다. 화면 속 글자와 자막이 겹치는 경우엔 AI가 자막 위치를 알아서 조정한다. LG유플러스는 자막 지원 언어를 올해 한국어에서 내년 영어 등 다른 언어로 늘릴 계획이다.
AI로 월정액 방송 상품을 맞춤형으로 추천해주는 기능과 하루 24시간 내내 AI가 질문에 답해주는 ‘익시 음성 챗봇’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음성 기반 콘텐츠 탐색 기능과 TV 제어 기능은 지난달 기준 시청자의 50% 이상이 쓰고 있을 정도로 시장 호응이 좋다”며 “AI의 콘텐츠 추천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IPTV로 OTT를 시청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