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 오렌지카운티 솔즈베리밀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저지주에서 차로 한시간 걸리는 이곳엔 약 100만 평에 달하는 규모의 절이 있다. 미국 동부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한국 사찰 원각사다. 1974년 뉴욕시 맨해튼 한복판에서 출발한 이 절은 1986년 지금 위치로 자리를 옮겨 조그마한 건물 하나에서 다시 시작을 썼다.
13일(현지시간) 원각사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 대법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은 “언어와 인종, 문화 등이 모두 다른 미국에서 절을 세우고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큰 의미를 갖는지 느낀다”며 “해외에서 고생하는 스님과 불자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이 차오른다”고 말했다.
원각사는 50년 전 맨해튼 42번가의 작은 임대 건물에서 시작됐다. 당시 미국 동부의 유일한 한국 사찰로 신도들이 몰리면서 1980년대 초 맨해튼 17번가에 건물을 직접 마련하는 등 교세를 확장했다. 1986년 당시 원각사 주지 법안스님 주도로 사찰 규모를 키우기 위해 맨해튼 건물을 매각하고 현재 위치한 부지를 매입해 이전했다. 그러나 법안스님이 돌연 병석에 누우면서 위기를 맞았다.
사실상 멈췄던 원각사의 건축은 앞서 2004년 정우스님이 주지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고, 2009년 현 주지 지광스님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더욱 속도를 냈다. 2011년 '대작 불사'(사찰 건축) 프로젝트를 발표하자 한달만에 기금 375만 달러가 모였다.
2015년 대웅보전 상량식과 2017년 무량수전 상량식에 이어 2018년 선방인 설산당·보림원 등이 준공됐다. 올해 들어선 단청과 탱화까지 마무리됐다. 원각사는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고인의 영혼을 모실 수 있는 2750함의 무량수전을 갖추고 있다. 신도 수는 500~600명 규모다.
이날 주지 지광스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불자의 마음이 모여 원각사가 여러 위기를 딛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화섭 원각사 불사추진위원장은 “고단한 이민 생활에 지친 한인 신도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만들어주겠단 의지로 추진했다”며 “한국인으로서 자랑할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회엔 ‘2024 한미전통불교문화 교류’로 미국을 찾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등이 참석했다. 비텐스 스님들의 공연을 비롯해 부채춤과 퓨전국악, 선무도 등의 축하무대도 열렸다. 사찰 건립에 기여한 불자들에겐 공로패 및 감사패가 수여됐다. 진우스님은 “미주 지역에 한국 불교의 정체성을 알리는 도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욕=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