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십을 우주로 힘차게 밀어 올린 임무를 끝낸 ‘슈퍼 헤비’는 발사 후 약 7분 만에 출발했던 스타베이스 보카치카 해변으로 하강을 시작했다. 역추진 방식으로 랩터 엔진을 재가동할 땐 마치 공중에서 희뿌연 분무를 뿌리는 것 같았다. 몇 차례 시도 만에 수천t의 추진체가 지상에 있는 ‘메카질라’를 조준해 방향을 조절하자 스페이스X 본사가 있는 호손과 스타베이스 인근 관광객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육중한 슈퍼 헤비가 엄청난 굉음을 내뿜으며 메카질라 상단의 찹스틱(로봇 팔)에 살며시 안착했을 땐 스페이스X 엔지니어들은 얼싸안고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재사용 발사체를 공중에서 포획한 메카질라 테스트가 성공한 순간이었다.
13일 스페이스X는 스타십의 슈퍼 헤비 추진체가 메카질라에 착륙해 다섯 번째 우주선 시험 비행에서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때 찹스틱을 사용해 1단계 추진체를 공중에서 잡는 신기술이 동원됐다.
스타십의 5차 시험 비행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스페이스X 전용 발사 및 회수 시설 메카질라는 발사는 물론 지상으로 돌아오는 발사체를 찹스틱을 이용해 공중 포획하는 신개념 시스템이다. 한국경제신문과 서울대 공대로 구성된 공동 취재진은 한 달 전 현장을 미리 방문했다. 미국 텍사스 보카치카 해변 바로 옆에는 영화 ‘고질라’에서 이름을 딴 초대형 우주 발사대 메카질라 건설이 한창이었다. 이름 그대로 육중한 본체 기둥과 기둥 상단의 찹스틱이 고질라를 연상하게 했다.
높이가 무려 145m에 달하는 메카질라는 현재 스타베이스에 두 대 구축돼 있고, 추가 건설을 위한 자재 이송 작업이 활발했다. 메카질라 입구엔 스페이스X 간판과 함께 심오한 의미를 담은 기하학적 그림, ‘We Are Explorers To Mars&Beyond’라는 그라피티가 새겨져 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메카질라는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발사대다. 현재 재활용 발사체 회수 시스템은 로켓을 지상이나 해상 바지선에 역분사 방식으로 착륙시킨다. 현 시스템은 바다에 떨어지거나 지상에 자유낙하해 버려지던 연료통과 엔진을 재활용함으로써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였다. 메카질라는 여기서 더 업그레이드됐다. 박형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로켓이 착륙하기 위해 연료를 소모해야 했지만 메카질라 방식은 로켓을 공중에서 포획함으로써 착륙을 위한 연료 소모를 줄인다”며 “기존의 연료 저장 공간은 적재함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메카질라에 착륙한 로켓은 기존 한 달 넘게 걸리던 재발사 준비 기간을 단 1시간으로 줄이고, 이를 통해 스타십 발사도 하루 3회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공중 포획 방식으로 착륙하기 때문에 지상 착륙을 위한 별도의 다리가 필요 없어 무게와 연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보카치카=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