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윤리위가 국세청·감사원 재취업 위원회인가

입력 2024-10-13 18:02
수정 2024-10-14 00:11
최근 4년여간 국세청과 감사원을 퇴직한 공직자들이 전원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통과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소위 힘 있는 기관 출신도 대부분 재취업 허가를 받았다. 공직자윤리위가 각종 예외 사유를 들어 퇴임 공직자의 유관 기관행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 7월까지 재취업률이 높은 20개 정부 기관의 퇴직 공직자 10명 중 9명이 취업 심사를 통과했다. 특히 국세청(151명)과 감사원(58명) 퇴직 공직자는 한 명도 예외 없이 취업 가능 통보를 받아냈다. 대통령실 출신도 한 명을 제외한 106명의 취업이 허용됐다. 99%가 넘는 압도적 통과율이다. 국가정보원(98.6%)과 검찰청(93.1%), 경찰청(92.5%), 금융감독원(91.8%) 같은 권력기관 출신의 재취업 허가율 역시 평균(90.8%)보다 높았다. 힘 있는 기관 출신에 대한 전관예우 관행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공직자윤리법상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법관 및 검사,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일정 규모 이상의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이 기간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에 취업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고위 공직자는 소속 기관 전체)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한다. 다만 국가안보상 이유나 공공의 이익, 대외 경쟁력 강화, 산업 발전 및 과학기술 진흥 등 9가지 예외 사유에 해당하면 업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취업할 수 있다.

문제는 예외 조항이 두루뭉술해 심사위원들이 임의로 해석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이런 예외에 해당돼 재취업에 성공한 퇴직 공무원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예외 규정 심사 대상 중 85% 이상이 취업 승인을 받았다는 통계도 있다. 미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닌데 공직자윤리위는 13명의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 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공직자윤리위는 퇴직 공무원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직자 자리위원회’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