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역사를 집약해 놓은 케네디스페이스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센터 정문 맞은편엔 외벽을 연푸른색으로 칠한 거대한 공장이 있다. 플로리다주 산하 우주항공기관인 플로리다우주청의 조슈아 피케 비즈니스매니저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블루오리진의 플로리다 공장”이라며 “플로리다가 미국 우주 연구개발(R&D)의 성지로 뜨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조스 CEO는 지난해 11월 아마존의 고향인 시애틀을 떠나 플로리다주로 이주한다고 밝혔다.
우주를 향한 애정만큼은 베이조스 CEO도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에게 뒤지지 않는다. 2017년엔 개인 보유 주식을 팔아 마련한 10억달러를 블루오리진에 쏟아부었다. 화성에 유인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꿈도 머스크 CEO와 똑같다. 그가 우주에 수백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세우겠다고 처음 선언한 것은 고등학교 때다. 베이조스 CEO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주산업은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오랜 꿈”이라며 “지금은 (적자가 나더라도)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단계”라고 말했다.
블루오리진의 경영 방식은 스페이스X와 차이가 있다. 스페이스X가 NASA와의 계약을 통해 성장했다면, 블루오리진은 미국 록히드마틴과 보잉 등 다른 민간 기업과 손잡는 방식을 택했다. 블루오리진 역시 스페이스X처럼 로켓 회수를 가장 큰 과제로 삼고 있다. 2015년 11월 로켓과 우주선을 통째로 재활용하는 실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스페이스X보다 1개월가량 빨랐다. 현재는 재활용에 특화된 ‘뉴글렌’으로 스페이스X 팰컨 로켓과 경쟁하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지난 8월 29일 우주 관광 임무인 ‘NS-26’을 위해 미국 텍사스주에서 우주비행사 여섯 명을 ‘뉴셰퍼드’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내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우주선은 최대 고도 약 100㎞에 도달한 뒤 지구로 귀환했다. 임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NS-26은 뉴셰퍼드 로켓을 이용한 스물여섯 번째 비행이었으며, 유인탐사 임무로는 여덟 번째 임무였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맞붙은 우주발사체 시장의 성장성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발사체 시장 규모는 2022년 142억1000만달러에서 2030년 319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랜도=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