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의 퇴직 후 재취업을 제한하는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 국세청 감사원 등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 퇴직자의 재취업이 사실상 100% 허용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7월까지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신청자 중 90.8%가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별로는 대통령실 출신 107명 중 106명(99.1%)이 취업 심사를 통과했다. 국세청(151명)과 감사원(58명) 출신 퇴직 공직자는 100% 재취업 허가를 받았다. 상위 10개 기관에는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소위 권력기관이 대거 포함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법관 및 검사,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4급 이상 공무원 등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법이 정한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이 기간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고위공직자는 소속 기관 전체)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 심사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국가 안보, 대외 경쟁력 강화, 공공의 이익 등의 사유로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재취업이 가능하다.
용 의원은 “10명 중 9명이 통과하는 심사는 취업제한 제도가 아니라 사실상 재취업을 공식화하는 ‘취업권장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외 규정을 대폭 손질해 ‘취업 심사 대상 기관 3년 취업 제한’의 제도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