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을 위한 선물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순이익의 130%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ETF 유동성공급자(LP) 담당자가 목적에 벗어난 장내 선물을 매매해 약 13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고 회사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손실 금액은 지난해 이 회사의 순이익(1008억원)을 넘어선다. 회사 측은 “(손실을 감추기 위해) 허위 스와프 거래가 등록된 사실도 확인됐다”며 “내부 감사를 해 필요하다면 법 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손실 금액은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LP는 ETF가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매수·매도 양쪽으로 주문을 넣어 호가를 대주는 역할을 한다. 매수 계약이 체결되면 이를 시장에 다시 내놔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물 매도를 병행하는데, 특정 운용역이 이 선물 매도를 하지 않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5일 코스피지수가 8.77% 하락하는 ‘블랙먼데이’가 닥치며 매수한 ETF 가격이 폭락해 손실이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 선물 매매를 더 해 되레 손실을 키웠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손실을 감추기 위해 스와프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내부 전산망에 허위로 등록한 사실도 드러났다. 일탈 행위는 8월초부터 발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스와프 거래 등록이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해 내부 조사를 한 뒤 금융당국에 이를 신고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 재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TF업계도 이번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ETF를 상장할 때 LP들이 설정 자금(시딩)을 대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번 일로 LP 시장이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