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아이부터 일흔 어르신까지…美 '오징어게임' 체험존 3만명 몰려

입력 2024-10-13 17:23
수정 2024-10-14 00:16

“초록색 불이 들어온 유리를 기억하지 못하고 다른 유리를 밟으면 당신은 제거될 것입니다.”

지난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 33번가 인근 한 건물 안에 20여 명의 사람이 잔뜩 긴장한 채 서 있었다. 검은 가면과 빨간색 점프슈트를 입은 남자들이 곳곳에 서 있고 사회자가 게임 규칙을 설명했다. 게임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네 명씩 순서대로 유리 바닥 앞에 섰다. 초록색 불이 불규칙적으로 들어온 뒤 꺼지자 사람들은 조심해서 발을 옮겼다. 이내 몇몇 사람은 잘못된 부분을 밟고 탈락했다.

이곳은 넷플릭스가 이날 처음 선보인 체험 존 ‘오징어 게임: 더익스피리언스’다. ‘오징어 게임’ 시즌1에 나온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를 비롯해 구슬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5개 게임을 차례대로 경험해볼 수 있다.

뉴저지주 저지시티에서 왔다는 대니얼 오튼은 “‘오징어 게임’ 시즌1을 워낙 재밌게 봤기 때문에 맨해튼에 체험형 존이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온라인을 통해 예약했다”고 말했다.

구슬치기는 우산, 세모, 동그라미 등이 그려진 원형 통 윗부분에 구슬을 던져 들어가게 해야 한다. 구슬을 넣은 사람은 이전에 실패한 사람의 구슬까지 가져간다. 게임의 하이라이트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 모형의 영희가 게임장 끝에 서 있고 사람들이 가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목표 지점까지 움직인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대신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가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 일곱 살 아이부터 일흔 넘은 노인까지 스릴 넘치는 분위기를 만끽하며 즐거워했다.

체험 존에 들어가기 전에는 ‘오징어 게임’에서 배우 공유가 연기한 것처럼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는 스태프가 방문객에게 딱지치기를 제안했다. 일부 방문객은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딱지치기 방법을 묻기도 했다. 이날 기준으로 3주간 하루 약 1500명분의 온라인 예약 티켓이 매진됐다. 총 3만1500명이 ‘오징어 게임’ 체험 존을 찾는다.

체험 존에 들어가기 전 대기 공간에는 새우깡, 빼빼로 등 한국 과자가 곳곳에 진열돼 있었다. 구매할 수도 있다. 체험 존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은 한 손에는 밀키스, 다른 손에는 과자를 들고 함께 온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미국 현지의 K푸드 전문 유통체인인 H마트로부터 이 제품을 공급받았다. 이 밖에 구슬치기용 구슬, 영희 모양 인형,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가면,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 등 다양한 굿즈도 함께 전시해놨다.

넷플릭스는 올해 신세계백화점과 손잡고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넷플릭스 콘텐츠와 관련한 여러 상품을 협업해 판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조시 사이먼 넷플릭스 소비자 제품 담당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형태의 협업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조만간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