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우의 지식재산 통찰] 韓·아프리카 경제협력, 지식재산으로 확대해야

입력 2024-10-13 17:21
수정 2024-10-14 00:07
지난 6월 서울에서 아프리카 정상들과 사상 첫 다자회의를 개최했다. 한·아프리카 포괄적 경제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최근 LG전자와 한화오션은 아프리카 물류 네트워크 개발 사업을 위해 앙골라 현지 점검에 나섰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K푸드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가나 농장을 찾았다. 포스코는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광물 사업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지구촌의 ‘마지막 성장엔진’으로 불린다. 자원 공급처를 넘어 신흥 시장이자 생산기지다.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세계 광물자원의 30%를 보유하고, 14억 인구에 젊은 노동력까지 갖춘 잠재력을 가졌다. 2000년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5%를 기록했고, 빠른 도시화로 소비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세계는 아프리카를 놓고 각축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오랜 관계와 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아프리카 무역의 26%를 차지하는 최대 파트너다. 중국은 대규모 원조를 앞세워 2030년까지 유럽을 제치겠다는 목표로 대(對)아프리카 수출을 키워가고 있다. 우리도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협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양자 간 ‘핵심광물 대화’를 출범시켰고, 첫 경제동반자협정(EPA)도 추진한다. 2030년까지 100억달러의 공적개발원조(ODA)와 140억달러의 수출금융도 약속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는 큰 불확실성이 있다. 산업 인프라와 법제도가 미흡하다. 특히 지식재산(IP) 인프라는 글로벌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 10년간 특허 출원이 50% 급증했지만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7%에 불과하다. 특허와 상표를 심사할 인력과 시스템도 턱없이 부족해 IP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 2016년 채택한 ‘범아프리카지식재산기구’(PAIPO)는 아직 출범도 하지 못해 IP 시스템이 통일되지 않았다.

현지의 열악한 IP 인프라는 우리 기업의 투자와 진출에도 걸림돌이 된다. 과거 위조 상품 유통과 기술 탈취 피해가 컸던 중국 진출 때의 데자뷔가 될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아프리카 경협을 구축한 유럽은 2020년 IP 협력 모델(AfrIPI)을 추진하고 혁신 사례 공유와 IP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를 돕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IP 시스템을 보유한 국가다. ODA를 제공할 때 우리의 특허 심사 시스템과 교육 노하우 전수가 안성맞춤이다. 우리의 아프리카 ODA는 교통·보건·농업 등을 망라하지만, 그동안 아프리카 IP 분야 지원은 우간다 태양광 스마트제어 곡물 건조기 개발, 에티오피아 양봉 기술 현대화 등 적정기술 개발과 차드 건망고, 가나 벌꿀 브랜드 개발과 같은 단발성에 머물렀다.

이제 한·아프리카 협력을 IP 인프라와 같은 근본적인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 특허청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몽골 등 많은 국가에 심사 노하우와 특허정보시스템을 전수한 바 있다. IP는 1·2차 산업에 치중된 아프리카 경제 구조를 전환할 열쇠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IP 보호 역량을 높일 체계적 협력 모델을 추진할 때 상호 지속 가능한 이익을 증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