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가슴 뛰는 쾌거다. 그의 예술성과 사회성을 아우르는 작품 세계에 대한 지구촌의 찬사이자,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이다. 한국어의 지역적 한계를 탈피해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주류로 편입되는 이정표적 사건이라는 평가다.
우리의 척박한 문학 토양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한강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문학평론가인 마이틸리 라오는 2016년 뉴요커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인들은 책은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 타기만을 바란다”며 “상에 관심을 두기 전에 한국 문학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 사람은 책을 안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7년 발표한 국가별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은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이에 비해 한국은 0.8권으로 세계 최하위권(166위)이다. 통계마다 편차가 있지만 한국 국민 독서량이 세계 중하위권이라는 사실은 불변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월 내놓은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가량은 수험서 잡지 등을 제외한 일반 도서를 연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마저도 독서 인구는 해마다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러니 한국의 문맹률은 1% 안팎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문해력은 위기 상황이다. 영상과 인터넷에 밀려 ‘읽는 사회’에서 ‘보는 사회’로 바뀐 이유도 있지만, 독서를 시험용으로 바꿔버린 우리의 입시 교육 탓도 크다.
한강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그의 대표작이 모두 동나고, SNS에 책 구입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모습은 한편 반갑고 한편 씁쓸하다. 이번 낭보로 K팝, K드라마에 이어 K문학이 부상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이처럼 메마른 환경에서 ‘한국 문학의 세계화’는 실현되기 어렵다. 이번 수상이 독서의 저변을 넓히고,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