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K-바이오·백신펀드’의 투자 집행률이 지난 1년간 11%에 그쳤다. 바이오업계가 장기적인 자금난에 처했지만 정부가 ‘버팀목’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까지 15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펀드 1호 투자액은 150억원(3건), 1566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펀드 2호 투자액은 205억원(4건)이었다. 이들 펀드는 투자 가능 시점(2023년 10~11월)으로부터 1년가량이 지났는데도 투자 집행률이 각각 10%, 13%에 그쳤다.
한 벤처캐피털(VC) 대표는 “바이오펀드는 운용사 선정 후 6개월 내 결성이 완료되고 결성 후 1년 안에 대부분 투자를 끝내는 게 일반적”이라며 “바이오 투자심리가 나빠진 시장 상황을 감안해도 K-바이오·백신펀드의 투자 집행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K-바이오·백신펀드 무용론까지 제기된다. 신약 개발회사 1000여 곳이 잠재적 매물로 나올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바이오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바이오회사 대표는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도 일시적 자금난으로 존립 위기를 맞은 바이오기업을 지원하는 게 더 절실한 상황”이라며 “소수의 기업만 돕겠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