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죄 사건에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자 변론을 종결하고 벌금형을 선고한 하급심 판결이 소송법을 어겼다는 문제로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법정형이 벌금 500만원 미만인 사건에만 피고인이 불출석해도 선고할 수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달 13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택에서 장식용 조약돌 수십 개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집주인의 신고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벌금 1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에는 피고인이 형사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날짜를 다시 정해서 통보해야 한다. 피고인이 두 번째 기일에도 나오지 않으면 피고인 없이 판결할 수 있다. 법정형이 벌금 500만원 미만인 경미한 사건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판결할 수 있지만 절도죄는 법정형이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어서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항소심 법원은 A씨를 다시 부르지 않고 곧바로 변론을 종결한 뒤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조치에는 소송 절차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다시 재판하도록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