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추계 예대제(제사) 기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오는 17∼19일 예대제 기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보류할 방침을 굳혔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그동안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등 한·일 역사 문제에서 비교적 온건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시바 총리는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블로그에 “일본이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 언론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셔틀 외교’를 지속하기로 하는 등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재임 3년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으나 공물은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가 이번에 공물을 봉납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이시바 총리나 하야시 관방장관이 추계 예대제에 맞춰 참배나 공물 봉납을 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총리가 적절하게 판단할 일”이라고 답했다. 이시바 내각 각료 중에서도 참배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이 속속 이어졌다. 나카타니 겐 방위상,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총무상,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등이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전쟁 때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시설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