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내린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서울 아파트값에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출 규제로 인해 집값 상승세 둔화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투자 수요가 주택보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움직임이 더해졌다”며 “금리 인하가 이자 부담을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거래 시장이 바로 꿈틀거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승세는 유지되겠지만 상승폭은 계속 둔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금리 인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천천히 드러날 것”이라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추이 등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금리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초고가 주택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강남권은 신규 공급이 부족하고 거래가 줄더라도 호가는 오르는 추세”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 시장 변화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찬바람이 부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수석위원은 “금리를 내리면 은행 예금이나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부동산 투자 수요가 증가한다”며 “우수 입지의 상가나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하 기대가 선반영된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시장 전망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는 99.3으로, 지난달보다 6.1포인트 상승했다. 분양 전망지수는 기준치 100보다 높으면 시장 상황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사업자가 많다는 의미다. 수도권은 지난달(117.9)보다 3.1포인트 오른 121.0을 나타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수도권 분양 전망은 2021년 6월(121.8) 후 최고점을 기록했다”며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분양 ‘완판’(완전판매)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심은지/김소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