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로 흘러간 돈, 5년간 40조 육박

입력 2024-10-11 07:00
수정 2024-10-11 07:01


최근 5년 동안 국내에서 세계 주요 조세회피처로 송금된 자금 규모가 4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요 조세회피처 15곳에 대한 해외 송금액은 총 39조341억원이었다. 이 15곳은 지난 2월 유럽연합(EU)이 '과세 정보 공유에 비협조적이거나 공유 의무를 완전히 충족하지 않은 국가'로 발표한 곳에 버뮤다, 케이맨 군도, 마셜 군도 등 대표적 조세회피처를 추가한 것이다.

이들 조세회피처에 대한 연간 해외 송금액은 지난 2020년 총 7조894억원에서 2021년 6조7462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2022년부터 급증했다. 2022년에는 10조6479억원으로 처음 1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도 10조3831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지역별 송금액은 에너지 수입 대금이 포함된 러시아 2조1799억원을 제외하고, 케이맨 군도가 1조696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케이맨 군도는 카리브해 섬들로 이뤄졌다.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을 부과하지 않아 매년 전체 조세회피처 송금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케이맨 군도 전체 송금액의 44.5%에 해당하는 7548억원이 한 번에 1000만달러 이상을 보내는 거액 송금으로 집계됐다는 점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버뮤다(1천131억원), 파나마(881억원), 괌(651억원), 트리니다드토바고(80억원), 피지(59억원),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36억원) 등의 순이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법인 규모별 조세회피처 송금 비중을 보면, 대기업이 44.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공법인 20.1%와 금융법인 21.6%를 포함한 기타가 41.6%로 뒤를 이었고, 중소기업12.5%, 개인 1.4%가 뒤를 이었다.

신 의원은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조세 포탈 행위는 없는지 정부가 철저히 조사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