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어제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수상’이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런 평가대로 한강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작가다.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의 맨부커상을 받았다. 당시 6·25전쟁이나 남북 분단 같은 한국 특유의 주제가 아니라 폭력과 상처라는 인류 보편적 고민을 <채식주의자>라는 작품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 연결에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는 앤더슨 올슨 노벨문학상 위원장의 호평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독특한 문체와 실험적인 형식으로 다루면서도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 깊이가 있었다는 얘기다. 거기에 원작의 감동을 세계 무대에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게 한 데버라 스미스의 뛰어난 번역도 큰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한강 소설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게 한 배경엔 경제·산업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국격과 전 세계를 휘몰아치는 K컬처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모든 것(K-Everything)이 매력적이라는 외신의 찬사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에선 흔해빠진 냉동김밥이 해외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는 것도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온 국민이 기뻐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이 미래에 먹고살 기반인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첨단산업 경쟁력의 현주소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웃 나라 일본이 노벨과학상을 25회나 받는 동안 우리나라는 수상자 명단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10대 경제강국이 됐지만 우리나라가 인류 기술 문명에 기여하고 있다는 이정표는 아직 요원하다. 다른 분야에서도 ‘제2의 한강’이 나올 수 있도록 각계의 도전과 분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