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마이크로RNA(miRNA)를 발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가면서 관련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miRNA는 약 22개 염기서열로 이뤄진 짧은 리보핵산(RNA)으로 유전자의 발현 과정에서 전사 후 조절 인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마이크로RNA가 과발현하거나 줄어듦으로써 특정 질병들이 발병하기도 해 miRNA를 조절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제약업계에서 시도되고 있다.
miRNA를 표적하는 약물로는 아직 주요 국가 허가당국의 승인을 받아 나온 사례가 없다. 국내에서는 바이오오케스트라가 miRNA에 기반한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바이오니아는 miRNA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앞으로의 신약개발에 대비하고 있다, 바이오오케스트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miRNA 치료제 만드나
바이오오케스트라는 miRNA 치료제 표적 후보물질로 국내외 통틀어 임상시험에 가장 먼저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는 기업이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독성시험을 수행했으며, 단기 결과는 오는 연말에, 장기 결과는 내년께엔 확인이 끝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말에는 허가당국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가 마련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선도 후보물질은 표적 miRNA를 저해하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ASO)로 구성된 ‘BMD-001’이다. BMD-001의 표적은 우리 몸에 있는 2500개 miRNA 중 하나인 mRNA-485-3p다. 수만 개 유전자를 조절하는 miRNA인데, 알츠하이머치매 환자에게서 이 miRNA의 발현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mRNA-485-3p가 증가할 경우 세포 속 ‘에너지 공장’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줄어든다. 특히 뇌 속에서 면역세포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줄어들어 이 세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같은 치매 유발 단백질을 제거하는 포식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BMD-001은 이 miRNA의 발현을 저해해 미토콘드리아 수 및 면역세포의 활동을 정상화하는 원리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치료한다. 면역세포와 마찬가지로 신경세포 안에서도 그 수가 줄어들었던 미토콘드리아 수가 다시 증가해 기능이 회복되는 것도 전임상에서 확인됐다.
miRNA로 흰머리 개선 화장품 개발국내 1세대 바이오기업인 바이오니아는 miRNA 기술 기반 항암제와 탈모화장품을 개발하고 있다. 폐암 세포를 억제하는 miRNA에 대해서 특허를 출원했으며, 흰머리를 검게 개선하는 miRNA를 발굴해 이를 유효성분으로 하는 흰머리 개선 화장품도 개발 중이다
바이오니아는 miRNA와 비슷한 원리로 작용하는 짧은간섭RNA(siRNA) 기반 탈모 화장품 코스메르나(CosmeRNA)를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출시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뷰티 박람회인 ‘2024 코스모프로프 어워즈 볼로냐’의 헤어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해 혁신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바이오니아 관계자는 “흰머리를 검게 해주는 miRNA 성분의 염모 화장품 등 머리 색깔을 바꾸는 새로운 개념의 화장품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10월 14일 09시17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