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존 미국, 유럽에 이어 일본 고객사 확보에 나선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글로벌 ‘톱20’ 제약사를 고객으로 두기로 한 기존 목표도 ‘톱40’으로 확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생산능력과 품질 경쟁력에 속도와 유연성 높은 서비스를 더해 까다로운 일본 제약사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톱10 중 5곳 고객사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1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유럽 다음으로 큰 제약·바이오 시장이 일본”이라며 일본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개할 순 없지만 매출 기준 일본 제약사 톱10 중 5곳과 계약을 체결했거나 논의 중인 상황”이라며 “인천 송도 공장으로 실사를 오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고객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 기준 톱20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 중 90% 이상은 화이자, 일라이릴리, 로슈, 노바티스 등 미국과 유럽 제약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다음 목표는 일본 시장이다. 일본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일본 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올해 60조엔(약 543조원)에서 2030년 100조엔(약 905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제약·바이오 기업은 품질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존 림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13년 만에 글로벌 규제 기관 승인 건수 300건을 넘어섰다”며 “규제 기관 실사 통과율이 업계 최고 수준인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존 림 사장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바이오재팬에 참석해 현지 제약사 마케팅에 나섰다. 아시아 최대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바이오 박람회인 바이오재팬엔 올해 기업 1480곳과 관람객 1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부터 2년 연속 바이오재팬에 참여했으며 존 림 사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속도·융통성으로 ‘승부’
일본 경쟁사인 후지필름은 2028년까지 약 6조250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75만L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재 생산능력이 60만4000L, 4년 뒤 96만4000L인 점을 감안하면 생산 규모만으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사와의 차별화 전략을 묻는 질문에 존 림 사장은 ‘속도’와 ‘융통성’을 꼽았다. 존 림 사장은 “공장을 짓는 속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더 빠르다”며 “고객사가 원하는 (물질) 생산을 굉장히 빨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제약사는 미국과 유럽보다 계약 규모가 작아 처음에 가져가는 물량을 융통성 있게 조절해야 한다”며 “고객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첫 번째 ADC 고객사는 미국이나 유럽 제약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존 림 사장은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와 에자이가 협업해 ADC를 개발하는 등 일본 ADC 기반은 강한 편”이라며 “일본 시장에서 CDMO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진 생산 공장이 모두 송도에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설립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코하마=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