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정약용 선생을 기리는 다산경제학상을 받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여긴다. 아직도 경제학 연구가 부족한 제게 이렇게 큰 상을 주신 것은 앞으로 더욱 정진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수상자 명단에 기라성 같은 선생님과 선배 교수님들 성함이 보이던데, 다산경제학상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연구하도록 하겠다. 젊은경제학자상을 받은 두 교수께도 축하 인사를 드린다.
올해가 한국경제신문 창립 60주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경사스러운 해에 수상하게 돼 더욱 영광스럽다. 저는 다산경제학상이 제정된 1982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당시 서울운동장 야구장을 몰래 다니던 말썽꾸러기였는데, 운동장 광고 간판에 ‘한국경제신문’이 그렇게 많이 보인 이유를 올해 알게 됐다.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1992년 제대 이후 유학을 준비하면서 주위의 강력한 권유로 한국경제신문을 수개월간 구독한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서울대 학사와 석사과정 때 셀 수 없이 많은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수업을 들으며 경제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인간의 행위를 여러 방면에서 분석하는 점에 매료됐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미국 예일대에 유학하면서는 크리스 심스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논문을 쓰는 기술뿐만 아니라 학문하는 자세도 배울 수 있었다. 이 모든 분에게 10년 정도 학문을 배우면서 경제학을 알게 됐다.
1996년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중앙은행(Fed)과 버지니아대에 15년 정도 근무했다. 1997년 우리나라 외환위기를 미국에서 지켜보고 2001년 9·11 사태 이후 미국 사회가 변하는 것을 목도했다. 2007~2008년 금융위기 때는 직접 정책을 경험할 기회도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경제학을 실천하고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많은 즐거움을 얻었다.
직장 초년생, 초보 조교수와 같이 일하면서 도와준 모든 분에게 어떻게 일일이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2010년 고려대에 들어와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에게는 더욱더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는 거시경제학과 화폐금융론이 금융위기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되게 변화하는 것을 보며 자괴감과 흥미로움을 동시에 느꼈다. 이렇게 3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제학을 좋아하게 됐다.
이제 다산경제학상 수상을 계기로 경제학을 감히 즐겨보고 싶다. 정년 퇴임까지 10여 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정말로 궁금한 주제, 사회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주제를 선택해 즐기면서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한 대학교 졸업식에서 언급한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까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비교적 잘 알고 꽤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도록 노력하고 싶다.
한국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직장생활을 같이한 모든 분을 비롯해 저와 같이 경제학을 공부한 제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저와 같이 시간을 보낸 가족 모두 고맙고 특히 저를 처음 만난 후 40년 동안 제가 경제학을 하면서 보여준 모든 허물을 덮어주고 고쳐주며 곁을 지켜준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