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기업간거래(B2B)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데 속도를 낸다. 전체 매출 가운데 B2B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 45%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 캐이카우 역할을 하는 호텔·병원, TV·사이니지, 프리미엄 노트북 부문을 강화하면서 신사업 분야인 의료용 모니터·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10일 경기 평택 LG디지털파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 비즈니스솔루션(BS)본부의 비전과 B2B 사업 경쟁력, 신사업을 소개했다. 이 자리엔 LG전자 장익환 BS사업본부장(부사장), 백기문 ID사업부장(전무), 이윤석 IT사업부장(상무), 지인숙 마케팅담당(상무) 등이 참석했다.
LG전자는 지난 8월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위한 4대 전략의 일환으로 'B2B 가속화'를 제시했다. 2030년까지 전체 매출 가운데 B2B 비중을 45%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이때 공개됐다.
LG전자는 전장, 냉난방공조(HVAC), 빌트인 가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등 B2B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내 공간뿐 아니라 모빌리티, 비즈니스 공간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체질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특히 호텔·매장·기업·학교와 같은 다양한 고객군별 맞춤 상업용 디스플레이, IT 기기(LG 그램·모니터 등), 상업용 로봇, 전기차 충전기 등에 힘을 쏟는 중이다.
B2B 사업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분야보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 이 때문에 사업이 일정 수준 시장에 안착하는 시기에 접어들면 매출과 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락인 효과로 고객사와 관계가 지속되는 점도 긍정적 요인 중 하나다.
LG전자는 호텔·병원 TV, 사이니지 등 상업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LG전자의 상업용 디스플레이 사업은 2019년 이후 연평균 7%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 중인 올인원 LED, 마이크로 LED 등 프리미엄 파인피치(픽셀 간격 2mm 이하) LED 사이니지 제품을 앞세워 공간별 맞춤 디스플레이 솔루션 사업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로 미래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마이크로 LED 'LG 매그니트'의 경우 2020년부터 4년간 연평균 2배에 육박하는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안으로는 생산 과정부터 화질까지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차세대 LG 마이크로 LED를 출시한다.
공간별 맞춤 솔루션과 소프트웨어(SW)로 고객의 잠재 수요도 공략한다. 호텔·병원용 호스피탈리티 TV에 적용한 구글캐스트, 애플 에어플레이 등이 대표적이다. 객실 TV 화면 내 QR 코드만 스캔하면 개인 기기에서 즐기던 콘텐츠를 TV로 이어볼 수 있고 퇴실할 경우 시청·연결 이력을 자동 삭제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최근엔 오피스 솔루션 전문 기업인 리코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기업용 토털 솔루션 공급을 위한 공동 영업·신규 사업 기회 발굴 등을 진행 중이다.
미래 신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유니콘 사업으로 육성 중인 전기차 충전기 사업도 확대한다. LG전자는 올 초 미국 텍사스 지역에 충전기 생산 거점을 구축했고 지난 6월 북미 1위 전기차 충전 사업자 차지포인트와 손을 잡았다. 2030년까지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에서 8% 점유율을 확보할 계획이다.
IT 사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는 의료용 모니터 분야가 꼽혔다. LG전자는 5년 내 글로벌 톱3 수준의 의료용 모니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용 모니터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25억달러(한화 약 3조3000억원)로 전망된다.
LG전자는 고해상도 모니터를 공급하는 대형 수주 계약도 눈앞에 둔 상태다. 최근 한 미국 금융서비스 기업과 5년간 맞춤형 고해상도 모니터를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 미국 금융미디어 기업엔 임직원·구독자 제공용 듀얼 모니터를, 한 글로벌 항공사엔 기내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기도 했다.
장 부사장은 "지난 66년간 축적해 온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고객과 고객이 거주하는 다양한 공간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로 B2B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와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안하는 사업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2030년까지 BS사업본부의 매출액을 현재의 2배 수준인 10조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