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약탈한 모네 작품, 80년 만에 후손 품으로

입력 2024-10-10 08:24
수정 2024-10-10 08:25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유대인 사업가에게서 약탈한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이 80여년 만에 원소유자인 후손들에게 돌아갔다.

미국 CNN 등 외신은 9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바닷가'(Bord de Mer)란 이름의 이 작품은 인상파 거장 모네의 초기작 중 하나로 약 50만 달러(약 6억7천만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바닷가'로 불리는 이 그림은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 풍경을 묘사한 7x11인치(18x28cm) 크기의 파스텔화로 1865년에 제작됐다.

작품의 원소유자는 오스트리아인 부부 아달베르트 파를라기와 힐다 파를라기다. 이들은 1936년 작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2년 뒤 나치의 위협을 피해 달아나면서 모든 소유물을 빈의 한 해운사 창고에 맡겼다.

이들 부부는 새로 정착한 곳을 찾은 후, 그림을 포함해 소유물을 되찾을 생각이었지만 독일 비밀경찰이 창고에 있던 물품을 전량 몰수했다. 이후 나치 소속 미술상이 주도한 경매를 통해 팔린 뒤 종적을 감췄다.

전쟁 후 힐다 파를라기는 1981년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예술품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들 역시 2012년 사망할 때까지 탐색을 이어갔다.

작품이 다시 등장한 건 2016년 프랑스에서 열린 인상파 전시회에서였다. 이후 미국 뉴올리언스주의 한 골동품 딜러에게 팔린 '바닷가'는 다시 워싱턴주의 한 개인 수집가 브릿짓 비타와 케빈 슐램프 부부 손에 넘어갔다. 이들은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진행된 경매에 '바닷가'를 매물로 내놓았으나 '약탈 이력'을 알고서는 작년 미연방수사국(FBI)에 이 작품을 넘기는 데 동의했다. FBI는 '바닷가'를 파를라기의 손녀 헬렌 로우와 프랑수아즈 파를라기에게 돌려주는 절차를 진행했고, 결국 9일 반환이 이뤄졌다.

파를라기 가문은 올해 3월 오스트리아 정부가 프란츠 폰 렌바흐가 그린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분필 그림을 반환하면서 또 다른 예술 작품을 되찾은 바 있다.

나치가 약탈한 예술작품은 약 90%가 아직도 실종된 상태로 추정된다. 파를라기 가족도 점묘법을 창안한 화가 폴 시냐크의 사인이 담긴 수채화 작품을 포함한 6점의 미술품을 여전히 찾고 있고, FBI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