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차기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지사가 각각 대표 사회복지 공약인 ‘디딤돌소득’과 ‘기회소득’을 놓고 정책 경쟁에 나섰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 8일 경기도청에서 루크 셰퍼 미국 미시간대 포드스쿨 석좌교수와 만나 민생 회복을 위한 공공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셰퍼 교수는 빈곤·사회복지 정책 분야 석학으로 꼽히는 학자다.
경기도 관계자는 “두 사람의 만남은 김 지사가 석·박사 학위를 받은 미시간대 포드스쿨의 설레스트 왓킨스-헤이스 학장의 주선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의 기회소득은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지만 창출되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공공이 보상한다는 차원의 제도”라며 “수혜자가 주로 서민, 노동자, 저소득층 등 한계소비 성향이 높은 층이기 때문에 내수 진작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셰퍼 교수는 “흥미롭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셰퍼 교수는 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포럼’에도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의) 디딤돌소득은 기본적으로 ‘부의 소득세’로 비용이 적게 드는 효율적인 사회안전망”이라고 치켜세웠다.
두 단체장이 셰퍼 교수를 비슷한 시기에 초청하면서 일각에선 소득보장제도의 전국구 정책을 겨냥한 지자체 간 경쟁에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셰퍼 교수는 디딤돌소득과 기회소득을 높이 평가했으나 현금을 무분별하게 나눠주는 기본소득에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최해련/오유림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