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된 것은 국채 선진국클럽 가입을 승인받았다는 의미다. WGBI는 런던증권거래소 자회사인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운용하는 지수로 세계 양대 선진국 국채지수 중 하나다. 또 다른 선진국 국채지수인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에 2002년 편입된 데 이어 22년 만에 이룬 쾌거다. WGBI는 추종 자금이 2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한국의 편입 비중 2.22%를 감안하면 향후 우리 국채 시장에 555억달러(약 75조원)가 유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연구원은 외국인 투자로 국채 금리가 0.2~0.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WGBI 편입은 그러나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2022년 9월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린 뒤 네 번째 도전 만에 이룬 성과다. 정부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통합계좌 개설, 외국인투자자 등록제 폐지 등 FTSE 러셀의 요구사항을 순차적으로 모두 수용했다. 외환시장 마감 시간도 지난 7월부터 새벽 2시까지로 연장했다. 건전재정을 유지한 덕도 봤다.
이제 자본시장에서 남은 과제는 주식시장 역시 선진시장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일이다. 추종 자금만 16조달러를 웃돌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가장 큰 MSCI 주가지수에서 한국은 여전히 신흥국이다. 2009년 관찰대상국에 오른 뒤 선진시장 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15년째 제자리다. 지난 6월 불발의 핵심 사유는 공매도 전면 금지가 선진시장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코로나19 이후에도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곳은 없다. 주가 하락의 부정적 측면뿐 아니라 주가조작 예방, 유동성 공급, 헤징 수단 제공 등 긍정적 측면도 많기 때문이다.
다른 조건은 대부분 맞췄으니 정부가 내년 3월 31일 공매도 재개 약속만 지키면 선진시장 편입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공매도 재개에 앞서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선결조건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가는 것 그 자체가 밸류업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