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이 ‘디타워 돈의문’ 인수를 추진하면서 가격 산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건물의 상당 부분을 임차한 DL그룹이 내년에 떠나기로 결정해서다. 공실률이 높아지는 만큼 NH농협금융은 가격을 깎고 싶지만 여의치가 않다. 디타워의 기존 주인인 펀드의 주요 출자자(LP)가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이기 때문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농협금융 자회사 NH농협리츠운용은 디타워 인수를 위해 매도인인 마스턴투자운용과 거래 협의를 하고 있다. 마스턴투자운용은 지난 7월 NH농협리츠운용을 디타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초 인수가는 9000억원대로 추산됐다. 하지만 암초가 생겼다. 이 빌딩이 준공된 2020년부터 본사 사옥으로 써온 DL그룹이 짐을 싸기로 결정해서다. 내년 말까지 디타워를 임차하기로 계약한 DL그룹은 추가로 2년 연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사옥 이전으로 가닥을 잡았다. DL그룹이 디타워에서 차지하는 임차 비중은 75%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NH농협리츠운용이 인수가를 확 낮추고 싶지만 매각 펀드인 마스턴투자운용 펀드 주요 LP에 농협중앙회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 변수다. 마스턴투자운용은 2020년 마스턴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79호를 통해 디타워를 매입했다. 이 펀드의 LP는 농협중앙회(50%), DL그룹(28%) 등이다. 농협은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가격을 낮출수록 농협중앙회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부동산 IB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DL이 떠나기로 해 난감해진 상황”이라며 “중앙회 수익률과 직결돼 있어 가격을 마음껏 떨어뜨릴 수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타워는 서울 5호선 서대문역에 접해 있다. 지하 7층~지상 26층, 연면적 기준 8만6268㎡(약 2만6096평) 규모의 대형 오피스 빌딩이다. 농협금융은 서대문 일대를 NH금융타운으로 굳히기 위해 돈의문 디타워를 인수하기로 했다. 서대문에는 농협중앙회, NH농협금융지주, NH농협은행, NH손해보험, NH농협생명 등이 본사를 두고 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