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진은 세계 처음이자 유일하게 엽록체 DNA를 교정할 수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로부터 유전자변형식물(GMO)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통지도 받았죠. 상업화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세계 식량안보와 탄소 저감에 기여할 것입니다.”
툴젠 창업자이자 유전자가위 분야 세계적 석학인 김진수 그린진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9일 “그린진이 보유한 원천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 영역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22년 5월 그린진을 세운 그는 CTO를 맡아 연구개발(R&D)을 이끌고 있다. 유전자가위로 엽록체 DNA 교정작물 생산량을 늘리는 데 흔히 쓰이는 GMO는 특정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식물 유전체에 넣어 만든다. 상용화하려면 생태계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통상 10년간 의무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데다 비용도 수천억원이 든다.
그린진은 이런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엽록체 DNA 교정 기술로 비유전자변형식물(non-GMO)을 개발하고 있다. 엽록체는 식물의 광합성 담당하는 세포 소기관이다. 엽록체 DNA를 교정하면 이론적으로 광합성 효율을 개선해 식물의 성장·생존력 등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키운 식물이 GMO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은 이미 받았다. 지난해 12월 미 농무부는 엽록체 DNA를 교정해 만든 제초제 내성 식물이 GMO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그린진에 통지했다. 김 CTO는 “엽록체 유전자 교정 식물이 GMO 규제에서 제외된 세계 첫 사례”라며 “그린진 기술로 만든 식물은 바로 상업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첫 제품은 제초제 저항성 잔디상용화를 기대하는 첫 제품은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 ‘제초제 저항성 잔디’다. 3년 안에 시판하는 게 목표다. 축구장 골프장 등에 제초제 저항성 잔디를 깔면 잡초를 쉽게 제거할 수 있어 관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세계 1위 농업생명과학회사 바이엘(옛 몬산토)이 유전자 변형 방식으로 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환경 안전성 입증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 CTO는 “바이엘은 GMO 잔디를 만드는 데 7년 걸렸지만 그린진은 2년 만에 비GMO 잔디를 만들 수 있다”며 “최적화된 잔디 DNA 교정시스템 개발을 마친 뒤 잔디 엽록체에 넣어 R&D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루비스코 효율 높여 식량난 극복광합성 효율을 높여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고 작물 생산량을 늘린 식물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세계 첫 루비스코 DNA 교정 식물이다. 엽록소 안에 있는 루비스코는 광합성을 할 때 탄소를 잡아두는 효소 단백질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벼 등 식물 성장에 필요한 당을 만든다.
루비스코는 환경 변화에 대한 진화가 늦다는 게 김 CTO의 설명이다. 산업혁명 후 150년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가 40% 넘게 높아졌지만 루비스코 진화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이산화탄소 포집 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도록 교정하면 당 생산 효율이 높아져 작물 생산량까지 늘릴 수 있다.
자연에서 루비스코의 아미노산 1개가 바뀌는 데는 720만 년이 걸린다. 그린진은 1년 만에 루비스코 아미노산 20개 이상을 바꾸는 DNA 교정에 성공했다. 이런 기술력을 토대로 그린진은 세계 농업생명공학 분야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