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8일 싱가포르 주룽혁신지구에 있는 현대자동차 글로벌혁신센터를 방문해 “자동차산업 역사에서 100년 전 포드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과 50년 전 도요타의 ‘Just in time(JIT·적시 생산)’을 중요한 혁신 사례로 여긴다”며 “이제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결합한 자율제조라는 ‘현대차 방식’ ‘현대모터웨이’가 새로운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안내로 현대차 글로벌혁신센터에서 자율주행차 생산 공정을 시찰했다. 윤 대통령은 가상공간에서 공장을 작동, 관리하는 ‘디지털트윈 공장’을 살펴본 뒤 연구원 등 관계자 100여 명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서 시작된 혁신 시스템이 제조업에 AI를 융합하는 미래 공장의 선도 모델이 될 것”이라며 “AI가 우리 산업 전반에 융합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첨단 기술로 제조업 생산성을 높이고, 대한민국 산업이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데 정부가 강력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준공한 혁신센터는 AI와 로봇이 일종의 소규모 작업장을 뜻하는 셀에서 자동차를 제조하는 미래형 공장으로, 제조공정 연구개발(R&D)과 실증도 담당하는 복합 시설이다. 각 셀에서 다른 종류의 차량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어 컨베이어벨트 방식보다 다차종 소량 생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는 이곳을 R&D·제조·비즈니스를 포괄하는 미래 모빌리티의 실증 테스트베드로 쓰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방문은 현장 직원을 격려하고 한국의 우수한 AI 자율제조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뤄졌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혁신센터 방문 후 참석한 한·싱가포르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싱가포르가 미래 첨단산업의 혁신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오늘 포럼에서는 신에너지, 첨단 제조 기술, 유통, 물류 등 분야에서 10개 업무협약(MOU)이 체결될 예정”이라며 “다가올 50년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믿음 그리고 혁신의 정신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길 기원한다”고 했다. 포럼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자은 LS 회장,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회장 등 양국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250여 명이 참석했다.
싱가포르=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