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에 빠진 아산시...정치권·시민단체 “박경귀 시장직 상실은 사필귀정”

입력 2024-10-08 18:10
수정 2024-10-08 19:29

박경귀 아산시장이 8일 대법원 확정판결로 시장직을 상실하자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사필귀정’이라는 논평과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박 시장의 불법 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산시민연대는 이날 박 시장의 대법원 판결 이후 즉시 성명을 내고 ‘박 전 시장의 독선과 불통 행정으로 시민을 절망시켰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민연대는 성명에서 “전(前) 시장이라 부르기에도 주저되는, 애초 공직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다”며 “최저 투표율 선거에서 1314표 차이로 당선되었고, 그마저 허위 사실 공표라는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시민연대는 “박 전 시장은 행정의 달인처럼 처신하면서 시민과 의회, 언론의 비판에도 재임 2년 3개월여 동안 12차례나 해외 출장을 빙자한 해외 관광을 다녀왔다”며 “특정 교육경비 지원 예산을 집행 정지시켜 시민과 의원의 편을 가르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들에게 공개적 비난을 서슴지 않은 독선 행정의 상징이었다”고 밝혔다. 잦은 문화행사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시민연대는 “박 전 시장은 아산을 ‘아트밸리(art valley)’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축제를 남발하며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은 민주당 충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오세현 전 시장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하고, 학부모·아산시청 공무원·학부모·언론인 등과 수많은 갈등을 빚었다”며 “파기환송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와중에도 박 시장의 해외 출장은 계속돼 시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는 등 아산시정은 혼란 그 자체였다”고 지적했다.

아산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박 전 시장의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해당 의원들은 논평을 통해 “박 전 시장은 허위사실 유포로 당선된 시장이었다. 허무맹랑한 시장의 공약 사업들은 시비로만 충당하는 반면, 정부 예산 확보는 뒷전이었다. 역대 아산시장 중 가장 짧은 기간 가장 많은 해외 출장을 다녀온 신기록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아산시는 박 시장이 대법원 선고 후 모든 직무가 정지되자 조일교 부시장 직무대행체제로 전환됐다. 이날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시장에 대해 벌금 1500만원을 확정판결했다. 조 부시장은 내년 4월 2일 치러질 재선거일까지 시정 전반을 이끌어 갈 계획이다. 재선거에서 당선되는 새로운 시장은 2026년 6월 지방선거일까지 박 시장의 남은 임기 1년을 채우게 된다.

아산시 현안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찰병원 분원 건립과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등 매듭짓지 못한 숙원 사업이 산적해 있다. 아산시 공무원들은 각종 정부 공모사업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홍성표 아산시의회 의장은 “30만 아산시민들이 행정 공백을 우려하지 않도록 본연의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박 전 시장은 피선거권과 선거권이 5년간 제한된다. 또 당선무효형이 선고되면서 선거비용과 기탁금 100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 지방선거 당시 선관위가 제한한 선거비는 최대 2억592만8800원이다. 박 전 시장은 이 안에서 실제 선거에 쓴 비용 일부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반납해야 한다.

박 전 시장은 2022년 치러진 6.1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오세현 전 시장을 1.12%(1314표) 차이로 누르며 당선됐다. 이후 오 후보를 상대로 부동산투기 의혹 등 허위 사실을 성명서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2년 넘게 재판을 받아왔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아산 공직사회에 한 치의 흔들림 없는 현안 추진을 당부했다. 김 지사는 이탈리아·독일 순방 일정 수행 중 입장문을 내고 “비상 상황에 공직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경각심과 책임감을 갖고 더욱 엄정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아산신항 건설, 아산경찰병원 예타 통과 등 지역 현안의 차질 없는 추진과 아산만 일대 베이밸리 메가시티 육성, 이민청 유치 등 국·도정 시책에 대한 변함없는 공조 체계 유지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아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